사후 보장에 높은 보험료로 고객 수요도 ‘시들’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사망보험에서 빠져나간 돈이 급격히 불어 생보사들의 사망보험 손해율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달으며 짐이 되고 있다. 더욱이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훗날 돌려줘야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제로금리 시대 도래에 부담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아울러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도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사망 이후의 보장을 받는 것보다는 빠른 시일 내 현실적인 보장을 받고자 하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사망보험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1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23개 생보사의 사망보험 위험손해율 평균은 87.1%로 1년 전보다 6.2%p 올랐다. 보험사가 예상하고 있던 사망보험금과 비교해서 실제 청구된 보험료 규모가 컸다.
생보업계 사망보험 위험손해율이 2016년 말 90% 육박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때 생명보험업계의 상징과 같은 상품이던 사망보험의 수익성이 그만큼 악화된 것이다 .
중소형 생보사들은 사망보험 실적이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DGB생명, 사망보험 위험손해율은 각각 126.3%, 109.9%를 기록하며 100%를 넘어섰다.
대형 생보사들도 사망보험 적자실적은 피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국내 생보사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삼성생명의 위험손해율은 같은 기간 84.2%에서 4.7% 상승했다. 한화생명 역시 83.1%에서 89.3%로 해당 비율이 높아졌다.
이처럼 악화되는 사망보험 손해율은 생보사들의 수익성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사망보장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필연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라는 점에서 장기적 부담으로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우리 금융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제로금리 시대에 도래하면서 위기감이 가중된다.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훗날 다시 돌려줘야하는 보험 사업의 구조를 감안하면, 낮아진 금리는 투자 수익률을 악화시키며 보험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재다. 한은은 올해 들어 3번 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0.5%로 확정했다.
고객입장에서도 사망보험은 예전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품이 됐다.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가운데 먼 훗날의 보장보다는 당장 생활 속 경제에 도움이 되는 보험상품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까닭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도 고객들의 외면을 재촉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사망보험 보장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생보사들은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미리 당겨쓸 수 있는 신종 상품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