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만 면할 목적으로 언론 플레이 하면 안 돼...불구속 수사해야
[오풍연 칼럼] 삼성도 차제에 반성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물어보라. "삼성을 좋아하느냐"고.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좋아하는 직군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언론이다. 특히 메이저 언론의 경우 삼성의 광고 비중이 크다. 그래서 삼성 비판에 소극적이다. 삼성이 광고로 언론을 길들인다고 할까. 삼성은 매출 규모 등으로 볼 때 세계적 기업이 맞다.
국민기업이라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삼성이 기여한 바가 크지 않은 까닭이다. 회사의 덩치는 키웠지만 국민들로부터 사랑은 받지 못했다. 왜 그런가 돌아봐야 한다. 지금처럼 탓만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했다. 성장일변도만 추구한 탓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정말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어제 오전 이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삼성에 대한 언론인으로서 나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삼성으로부터 간접적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도 몇 차례 밝힌 적이 있다. 물론 그런 감정이 남아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삼성은 여전히 2% 부족하다. 삼성은 그것을 채워야 국민들로부터 존경도 받을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오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받는다. 그런데 재계와 언론 말고 우군이 얼마나 되는지 솔직히 살펴 보아라.
"삼성이 위기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경영이 정상화돼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로 또다시 구속 위기에 몰린 가운데 삼성이 7일 호소문을 냈다. 형식은 '대언론 호소문'이지만, 실제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재판부를 향한 간절한 당부로 읽힌다. 구속 만은 피하게 해달라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삼성은 이날 '대언론 호소문'을 발표하고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삼성은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법원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그중에는 유죄 심증을 전제로 한 기사들까지 나오고 있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의 위기론도 역설했다. 호소문은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위축돼 있고,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가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삼성이 엄살을 부리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너가 구속되면 위기가 올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재용 구속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구속만 면할 목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다시 한 번 불구속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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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