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대한항공의 국제선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여객, 화물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사실상 걸어 잠갔던 국제선 노선 일부를 다음 달부터 재개한다고 7일 밝혔다. 총 110개의 국제선 노선 가운데 32개 노선을 주간 146회씩 운항한다. 나머지 78개 노선은 그대로 멈춰 있게 된다.
여태껏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5월 기준 총 13개 국제선 노선을 주간 55회만 운항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90% 넘게 쪼그라든 규모다.
전 세계 코로나19가 끝나는 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여객 수요가 대폭 늘 것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노선과 운항 횟수를 각각 3배 정도 늘린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터지면서 이른바 ‘보복소비’가 전개될 것이란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여객 수요와 더불어 기업 출장이나 해외교민 수요 등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6일부터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지침이 전환되기도 했다.
운항 예정 노선은 ▲미주(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란타, 시카고, 워싱턴, 시애틀, 밴쿠버, 토론토) ▲유럽(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동남아(방콕, 마닐라, 프놈펜,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양곤, 하노이, 호찌민, 싱가포르) ▲동북아(도쿄 나리타, 선양, 타이베이, 베이징, 상하이 푸동, 광저우, 무단장, 칭다오, 옌지, 울란바타르) 노선이다.
이번 조처는 여객 수요뿐 아니라 화물 운송량 증가도 감안한 것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은 운휴 상태의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수송하는 ‘밸리카고’로 여객 손실을 메워왔다. 이 덕에 올해 1분기 화물 운송량은 작년 동기 대비 8% 넘게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객과 화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노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선 빗장이 계속해 풀릴 것으로 단언하기는 이르다. 13개 노선에서 32개 노선으로 늘었다고는 해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20%대 좌석 공급량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 노선 재개가 해당 국가의 입국 제한 해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번 국제선 노선 확대는 어디까지나 코로나19 둔화에 따른 여객 수요 증가에 앞선 선제적 조치다. 여전히 152개국이 한국발 여객기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아직도 하루 약 2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확산세가 안심할 정도로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편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이 국제선 운항 재개에 나서면서 여타 국내 항공사들도 국제선 운항 횟수 상향 조정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2위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 1일부터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나리타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