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0:40 (목)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밀어붙일까...해운업계 “통행세 걷을 목적뿐”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밀어붙일까...해운업계 “통행세 걷을 목적뿐”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08 10:5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코 “기존 업계와 상생할 것”...되레 물류 생태계 파괴 우려 '고조'
▲포스코가 물류 전문 자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에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가 물류 전문 자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에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포스코(POSCO)가 물류 전문 자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에 관련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해운업계가 즉각 반발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에 분산된 그룹 내 원료 수송 및 물류 업무를 통합해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8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안건으로 올려 의결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이를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룹사별 물류 기능, 조직, 인력을 한 회사로 합치고 계약 관리 기능 역시 일원화한다는 구상이다. 7월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이번 계획은 그룹 경쟁력 및 물류 효율 향상을 위해 이뤄지는 것으로, 해운업이나 운송업 진출 목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흩어져 있는 물류 업무를 하나로 묶어 고도화·전문화·스마트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차원이라며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나 이는 공염불이 될 것이란 주장이 다수 나온다. 포스코의 물류업 진출에 대한 의지는 수차례 전력을 통해 확인된 탓이다. 1990년 박태준 회장 당시 거양해운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한진해운에 매각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물류를 건드렸다.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에 나섰다 실패했다. 그럼에도 대한통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다. 전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자회사 설립 계획이 포스코의 설명대로 그저 그룹 자체의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철광석, 석탄 등 원료 운송을 맡아온 해운업계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의 자회사가 국내 최대 원료·철강 수출사인 포스코를 등에 업고 수수료 명목의 이른바 ‘통행세’를 걷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령 기존에 포스코가 선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철광석 수입 운임비로 건당 1000원을 줬다면, 자회사 설립 시 통행세로 200원을 떼어간다는 것이다. 결국 자회사는 큰 노력 없이 2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선사는 잘못 없이 800원만 받게 된다.

게다가 포스코는 설립할 자회사의 예상 매출액을 무려 연간 1조원 안팎으로 잡고 있다. 그룹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위치로 올려놓을 생각을 하고 주력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시장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바보다 기존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정부의 제3자 물류 육성정책에 배치될 뿐 아니라 국가 물류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며 “그간 포스코와 물류전문기업 간 상생협력관계도 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해총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정부, 국회에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며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포스코와 물류전문기업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도 주문했다.

전날에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성명을 내고 “포스코는 물류비용 절감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비용 절감은 곧 차별과 착취, 노동환경 악화를 수반한다”며 “가뜩이나 열악한 선원들의 고용환경과 일터는 더욱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류 자회사를 통한 운송 계약으로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선원들의 해고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인 부산항발전협의회 역시 성명에서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제3자 물류 육성이라는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지역 해운물류 중소기업들을 궁지로 모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포스코 측은 “장기 전용선 계약을 포함해 운송사·선사·하역사 등 여러 물류 협력사와의 계약에 변동은 없다”며 “국내 물류업계와의 상생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