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위해 특정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총수 일가와 경영진에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은 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창규 전 상무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판결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 부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 등으로 43억원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통행세 지원과 관련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 박 부사장이 인수해 5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생맥주 기기 제조업체인 서영이앤티에 하이트진로의 인력(5억원),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코일 통행세(8억5000만원), 밀폐 용기 뚜껑 통행세(18억6000만원) 등을 지원한 것이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현저히 낮은 대가로 인력을 제공해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오직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으로 참작할 동기가 안 보인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맥주캔, 알루미늄코일, 밀폐용기 뚜껑 등으로 지원 대상이 달라진 과정을 두고 "미필적으로나마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위법을 발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원행위는 박태영의 경영권 승계 비용을 보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판로개척 등 경영판단은 개입돼 있지 않고, 오직 박태영의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박 부사장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업체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수백억원대로 불어나 이자 부담이 커지자, 계열사를 동원해 이 같은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는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공정거래법 취지를 훼손하고, 헌법의 공정과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경제의 폐해가 크다"며 기소된 사람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