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재고평가손실 마저 떠안아”…정유 4사, 조 단위 적자 예상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국내 정유사의 ‘적자 시대’가 본격화됐다. 에쓰오일이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이다.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조(兆)단위 손실이 현실화 된 정유업계의 주름도 깊어졌다.
에쓰오일(S-OIL)은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27일 발표했다. 매출은 5조1984억 원으로 전년대비 4.2% 감소했고, 영업 손실 1조73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1조원 규모의 분기 적자는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만 1조19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항공유나 휘발유, 운송용 제품 등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든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5월 6일)과 GS칼텍스(5월 둘 째 주), 현대오일뱅크(4월 29일)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업계에서는 1분기 정유4사의 영업적자가 3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각 정유사가 운영하고 있는 화학부문까지 합친 것으로, 정유부문만 떼어 놓고 보면 적자 폭 4조원이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유 4사의 분기 영업적자는 2014년 4분기에 1조1500억 원을 기록했던 게 가장 컸는데, 올 1분기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유 업계는 수익성 지표인 경제마진의 부진함과 극심한 수요 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4월 평균 마진은 –0.7달러를 기록했다.
더욱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정유사들은 막대한 재고평가손실마저 떠안게 됐다.
통상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게 된다. 따라서 유가가 단기간 급락을 거듭할 경우, 비싼 가격에 사놓은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입게 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분기까지도 업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가 3월부터 이동 제한과 셧 다운을 본격화했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4월까지는 수요 절벽이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