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의 품에서 기사회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23일 승인했다. 이에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2일 이스타항공 주식 51.17%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달 13일 해당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례적으로 신고 41일 만에 조속한 승인이 떨어진 셈이다.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을 공정거래법상 ‘회생 불가 회사’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예외로 인정했다.
공정거래법 제7조 1항은 ‘기업결합 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조 2항이 ‘상당 기간 재무상태표상 자본 총계가 납입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에 있는 등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기업결합’ 등에 한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면 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결합을 막아 회생 가능성 없는 이스타항공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보다 기업결합을 통해 해당 기업의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유통되도록 하는 편이 경쟁 촉진 관점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 잠식 사태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자본 총계 6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해 일본 수출 규제, 보잉 737-맥스8 결함에 따른 운항 중단 등으로 7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반면 2019년 말 기준 유형 자산은 450억원에 그쳤다. 그런데 항공기 리스료, 공항 이용료, 항공유 구입비, 임직원 임금 등 올해 3월 말 기준 미지급 채무액이 1152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국제선과 국내선 영업이 모두 중단되는 ‘셧다운’ 체제에 돌입했고,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 역시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그럼에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또 금융권에서 긴급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모회사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신주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고사 위기에 직면한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심사 결과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 1500억~2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주항공 외 인수희망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기업결합 말고는 이스타항공의 자산을 시장에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시장과 관련한 기업결합은 최대한 빨리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