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정부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아시아나항공과 두산중공업에 총 2조3000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각각 1조7000억원, 6000억원이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은 21일 각각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원 안건을 의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한도대출 형식으로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산은과 수은이 7대3 비율로 부담한다. 2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거쳐 지원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국책은행이 지원한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 자금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고, 한도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했다.
이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숨통은 트였다. 긴급수혈을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생겼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인 탓에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마저 최근 BBB+에서 BBB 강등 당하면서 올해 만기를 맞는 ABS 4100억원 상환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추가 지원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초유의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최근 HDC현산이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인수대금 납입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유상증자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1조1745억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물론 해외 6개국에서의 기업결합 심사가 모두 마무리돼야 가능한 일이다. 러시아 한 곳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지속되는 상황 탓에 HDC현산이 인수 자체를 말성이는 모양새였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나 HDC현산의 회사채 발생은 이달 중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4월 말’로 기대됐던 인수 마무리 역시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최악의 경우 HDC현산이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인수 자체를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채권단인 산은과 수은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 빠른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채권단은 이번 자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올라 시장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이지, 인수조건 변경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 역시 “HDC현산의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HDC현산이 채권단에게 인수조건 완화를 요구한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역시 경영이 위태위태한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도 나왔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에 1년 만기로 5868억원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오는 27일 만기를 맞는 5억달러 규모 외화채권을 상환하기 위함이다.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해당 외화채권의 지급보증을 선 수은이 대신 상환해야 한다. 이로써 수은의 두산중공업 대출 잔액은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앞서 수은과 산은은 지난달 26일 절반씩 부담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 극복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2000억원이다.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