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개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과 은행 내부적으로 책정되는 신용등급이 달라,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받으려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대출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신용등급을 확인해보는데, 정작 은행에 가면 전혀 다른 등급"이라며 "왜 기관마다 신용등급 차이가 나는지 의문"이라며 의구심이 증폭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8일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시중은행의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주고, 이 모형에 투입되는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어 나이스 신용등급이 기본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각 은행별로 차주 특성에 맞춰 신용평가 모형을 수정하고, 여신 전략에 따라 가점을 조정하고 있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현재 연체 여부 및 과거 채무 상환 이력 등이 담긴 상환이력정보를 40.3%로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용 상품별 이용 건수 등 신용형태정보를 25.8%, 현재부채수준을 23.0%, 신용거래기간을 10.9% 반영한다. 현재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21개 은행이 나이스평가정보 모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은행은 나이스평가정보를 토대로 신용평가 모형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지원 목표가 큰 은행은 저 신용자에게 유리하게 신용평가 모형을 수정하고, 다소 여신 여력이 크지 않은 은행은 기준을 높이는 식이다. 여기에 은행 거래를 통해 쌓인 개인별 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산출법은 은행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모형이 통일된다면 고객 입장에선 편할 수 있지만, 은행 간 경쟁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어도 주거래은행과 같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고객들이 굳이 주거래은행을 찾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은행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좋은 상품을 내놓을 유인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신용등급 차이로 혼란이 커지자, 은행권은 관련 보증을 제공하는 신용보증기금에 신용등급 재정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신보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및 이차보전 업무협약’ 중 ‘고신용’에 대해 "CB(신용평가)사가 산정한 개인신용등급 1~3등급 혹은 그 수준에 상승하는 은행별 신용등급을 말한다"고 변경했다.
지금까지는 "고신용이란 개인신용평가 1~3등급 수준에 상응하는 신용등급을 말한다"고 돼 있었는데 고신용자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 입장에선 신평사 신용등급 1~3등급, 또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은행 신용등급을 받으면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코로나19 초저금리 대출(연 1.5%)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