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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안 돼야 살아남는다”...배민의 ‘역설적’ 수수료 개편
“장사가 안 돼야 살아남는다”...배민의 ‘역설적’ 수수료 개편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4.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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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제→정률제 전환...소상공인 “수수료 5.8%는 꼼수, 실제 수십·수백 더 내야”
▲배달의민족 제공
배달의민족 제공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이 4월 들어 개편한 수수료 정책을 ‘일방적 요금인상’이라 꼬집으며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회는 3일 논평을 내고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며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 중심으로 전환했다. 기존 정액제 방식인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을 내면 주문자 근방의 음식점을 모바일 앱 화면에 노출해주는 서비스 방식이다. 그런데 음식점들이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정액제를 복수로 구매하는 이른바 ‘깃발꽂기’ 문제가 발생했다.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형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민 앱 화면을 중복 노출로 차지하고, 인근 지역 주문까지도 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깃발 200개를 꽂는 음식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의 대응책으로 내놓은 배민의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는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떼가는 방식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14만 음식점 가운데 52.8%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기존 '울트라콜'에서 '오픈서비스'로 수수료제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 배달의민족 제공
배달의민족이 기존 '울트라콜'에서 '오픈서비스'로 수수료제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 배달의민족 제공

하지만 연합회는 해당 제도로는 월 매출 155만원 이하 음식점만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낸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매출 5만원 꼴인데, 사실상 배달 없이 홀 장사만 하는 곳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배달이 주 수입원인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껑충’ 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매출이 오를수록 수수료 부담이 덩달아 커지는 탓에 “바뀐 배민 수수료제로 부담을 덜려면 장사가 안 돼야 한다”는 업계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배달앱 수수료가 ‘제2의 임대료’로 자리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점이 장사가 잘 되면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매출이 오를수록 수수료도 자동으로 인상된다는 뜻이다. 수수료는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에 이어 음식점 경영 지출의 4번째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연합회는 “기존 울트라콜 3~4건을 이용하면서 26~35만원을 내면 됐는데, 이제 월 매출 1000만원 음식점은 58만원, 월 매출 3000만원 음식점은 174만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 넘는 금액의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하게 된 것이다.

정액제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크다. 배민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정액제 사용을 음식점당 3건으로 제한하고,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음식점은 앱에서 하단에 위치하도록 조정했다. 기존 오픈리스트는 3개 가입 음식점만 노출됐는데, 개편된 오픈서비스는 무한으로 가입 음식점을 노출하면서 울트라콜은 사실상 광고효과를 상실했다. 때문에 음식점들은 반강제적으로 오픈서비스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배달업계 1위 배민과 2위 요기요의 합병으로 사실상 시장은 ‘독점’ 체제다. 배민이 유도하는 정책에 편승하지 않을 다른 선택지가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합병 이전부터 독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등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배민은 “수수료 인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런데 그간 일각에서 제기되던 “우회적인 수수료 인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 수수료제 개편을 통해 공식적으로 부상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이 앱을 통한 배달 주문인 상황에서 음식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연합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이 같은 ‘꼼수’ 가격 인상에 대해 상세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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