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선거철만 되면 재미 보는 곳이 있다. 바로 여론조사 기관이다. 그런데 그 신뢰도는 믿을 수 없다. 들쭉날쭉하는가 하면 표본집단 선정도 석연치 않다고들 한다. 따라서 그런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보고 정확한 민심을 읽기 어렵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겼다. 같은 조사기관이 한 날 여론조사를 했는데 너무 크게 차이가 났다. 황당하다고 할까.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경제신문과 MBN이 지난 26일 발표한 안양 동안을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후보가 53.5%, 미래통합당 심재철 후보가 31.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가 무려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비례대표 초선이 5선인 야당 원내대표를 월등히 이기는 결과였다. 이 같은 조사는 지난 23~25일 사흘간 530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경인일보가 같은 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44.3%, 심 후보는 40%였다. 이 조사는 지난 24~25일 이틀간 528명을 대상으로 했다. 두 언론사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한 업체는 '알앤써치'였다. 한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선거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심 후보를 20%포인트 넘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고, 다른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오차 범위(±4.3%p) 내인 4.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심 후보 측이 즉각 반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 났기 때문이다. 심 후보 측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심각한 여론 왜곡 여론조사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동일한 시기에 서로 다른 언론사가 같은 업체에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의 차이가 유달리 크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 측은 매일경제신문과 MBN 조사 설문지의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의 질문을 문제 삼았다.
심 후보 측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왜곡된 질문으로 편향된 답변을 유도한 것"이라며 "공정한 설계라면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로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심위 측 관계자는 "이의 신청이 들어와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아니 당연히 조사를 해야 한다. 이 같은 엉터리 조사를 해놓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요즘 여론조사가 신뢰성과 관련해 비판을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일부 회사가 품질 낮은 여론조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언론이 이를 끊임없이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때문에 같은 사안을 놓고 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한 경우도 많다. 한 회사의 조사 결과가 하루 이틀 사이에 널뛰기하기도 한다. 이번 조사와 같은 경우다.
엉터리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시킨다. 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 여론조사 기관도 강제로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