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각 당 비례대표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결론적으로 말해 국민은 없고, 그들만 있다.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와 상관 없이 명단을 짰다는 얘기다. 어떻게 인선을 해도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쨌든 정당 투표는 하게 되어 있다. 여당 지지자들은 여당 성향의, 야당 지지자들은 야당 성향의 정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계산한다. 그들이 오만한 이유랄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감동을 준 정당은 없다. 모두 벌써부터 나눠 먹기를 한 인상이 짙다. 그럴 바에는 무엇하러 공모를 하고,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는지 묻고 싶다. 차라리 처음부터 찍은 사람을 그대로 배치하는 게 솔직할 법 싶었다. 끼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는 듯 하다. 예상을 빗나간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각 당을 보자. 민주당은 사실상 두 개의 위성정당을 만든 셈이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명단을 보더라도 부인할 수 없다. 친문‧친조국 일색이다. 선거 이후 연합할 것은 보나마나다. 손혜원‧정봉주가 만든 열린민주당이 더 선전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른바 대깨문들이 지지를 많이 보낼 터. 민주당 역시 그것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어찌보면 무지하게 나쁜 음모다.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큼을 느낀다. 손혜원ㆍ정봉주. 이 둘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 내 눈에 비친 그들은 이중적인 인간. 그렇다고 남까지 내 생각에 동의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누구를 지지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이것은 꼭 묻고 싶다. "그들의 무엇이 마음에 드느냐"고.
나는 앞서 안철수가 대구에 의료봉사를 하러 내려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것을 보면서 작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찍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 명단을 보고 적이 실망했다. 2번 이태규, 3번 권은희를 딱 앉혔다. 당선 안정권이다. 안철수가 자기 사람 챙긴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공천을 하면 대구서 번 점수도 까먹는다. 나 역시 표를 주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특히 안철수는 얼마든지 감동적인 공천을 할 수 있었다. 이태규와 권은희가 아무리 이뻐도 후순위로 배치했어야 옳았다. 내 생각 같아선 8, 9번쯤 배치하고, 배수의 진을 쳤더라면 더 좋았을 법 했다. 그럼 안철수가 얼마나 절실한지 유권자들도 이해하고, 표를 더 몰아 줄 지도 모른다. 그 점은 분명 안철수가 실수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도 한 바탕 쇼를 한 뒤 명단을 수정했다. 처음 명단을 짰던 한선교 전 대표가 결과적으로 장난을 쳤다.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 새로 들어선 지도부가 명단을 전반적으로 뒤집었다. 야당 지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정나미가 떨어져서다.
정치인들, 특히 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국민 무서운 줄 모른다.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를 때리자. 정신 차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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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