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글로벌 증시 주가와 국제유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규모가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로 글로벌 지수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마저 폭락하면서 글로벌 지수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상품들이 손실위험에 처해진 탓이다.
이로 인해 조기상환을 원했던 투자자들이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이거나, 최악의 경우 원금 전액을 잃는 등 소비자 피해에 경고등이 켜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077개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09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DLS는 약 574개, 잔액은 약 8847억 원이며, ELS는 약 503개, 잔액은 약 6247억 원이다.
이들 상품은 대체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에서 35%를 넘으면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최근 35%를 넘어서면서 원금손실 구간 진입이 잇따른다.
이중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또는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원유 DLS의 경우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WTI가 약 65.9%, 브렌트유가 약 63.8% 폭락하면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지난 2월 기준 잔액은 9140억 원이고, 원유 DLS의 대부분은 기초자산에 WTI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공지한 DLS 잔액 규모를 고려하면 원유 DLS의 90% 이상이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것으로 추정된다.
ELS의 경우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한 상품 대부분이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최근 유럽지역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서는 등 유럽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WHO가 유럽을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하는 지경에 이르름에 따른 결과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1%나 하락, 관련 ELS를 무더기로 원금 손실 구간으로 몰아넣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41조5664억 원으로, 전체 ELS 잔액 48조6296억 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주요국 주가지수들도 급락장세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2.1%,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1.4%, 코스피200 지수는 30.5% 각각 급락한 상태여서 향후 주가 급락이 지속되면 관련 ELS들도 일제히 원금 손실 현실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