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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하나...금융위-금감원 ‘온도 차’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하나...금융위-금감원 ‘온도 차’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3.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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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도입 추진으로 가닥...금융위 원론적 “검토” 입장, 부정적 기류 여전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 은성수 금융위원장 지난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홍콩식 지정제)는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에 한해 별도 기준에 따라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홍콩식 지정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정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이 공매도 규제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하다”며 검토안을 금융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판단은 금융위가 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팔고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그 값에 다시 매수해 갚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차익을 노린다. 가령 1만원에 주식을 매입해 다른 곳에 팔고,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지면 이를 매입해 빌린 곳에 갚는 것이다. 2000원 차익을 본다.

하지만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로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 요구가 빗발쳤다. 애초에 공매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부정적 기류가 형성돼있던 와중에 대형 사건이 터진 셈이다.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금감원은 홍콩처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쪽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 폐지보다는 제한적 도입이 보다 실효적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원장 역시 홍콩식 지정제를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시총 등 규모별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방식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분석을 마쳤다.

지정 대상 종목으로는 중·소형주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주에 비해 부족한 자금을 운용하는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고 공매도 제한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비교적 작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앞서 코스피·코스닥 시장별로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시장 불균형을 초래하고 주식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대차거래를 통한 차입공매도 흐름도 / 한국거래소 제공
대차거래를 통한 차입공매도 흐름도 / 한국거래소 제공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대체 뭐길래?

홍콩은 시총이 30억홍콩달러(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한다. 홍콩거래소가 해당 종목들을 모니터링하고 수시 변경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주식 2439개 가운데 29.2%에 해당하는 712개가 공매도 가능 종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시총이 4700억원 이상인 종목은 230개로 전체 종목(916개) 중 25.1%이고 코스닥은 80개로 전체 종목(1410개)의 5.7% 정도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증시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에서 차이는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홍콩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493조원으로 증시 거래대금의 16.5% 수준이고, 국내의 경우 4.6%(128조원)로 집계됐다.

홍콩은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 조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작은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1994년 지정제를 도입했다. 17개 시범종목으로 시작해 2001년 홍콩거래소에 세부요건이 갖춰졌다.

무엇보다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하고,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한다는 점에서 국내 규제방식과 유사하다.

▲주요국 공매도 규제 비교표 / 연합뉴스
주요국 공매도 규제 비교표 / 연합뉴스

망설이는 금융위...근본 제도의 차이, 외국인·기관 자금 유출 우려

금융위는 최근 은성수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정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만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지만, 부정적 내부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위는 여태껏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로 정책 목표를 설정해왔다. 이 때문에 금융위 내부에선 홍콩식 지정제 도입은 기존 방향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다수다.

무엇보다 홍콩을 제외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공매도 지정제를 도입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규제 방식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세계적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를 채택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저에 깔려있는 근본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할 경우 제도 간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주식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개인 투자자의 불만을 다소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자칫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투입 자금이 대량 유출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증시의 유동성을 높이고 적정 가치를 빠르게 찾아주는 순기능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공매도 규제가 가장 강한 나라로 홍콩식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보일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국거래소와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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