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자”...조 회장 대표이사 겸임에 제동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맞서는 반(反) 조원태 연합이 반격에 나섰다. 조 회장이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기반인 레저사업을 매각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KCGI, 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3자 연합)은 지난 13일 조 회장을 대신할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주 제안을 한진칼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상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 후보를 제안했다.
사내이사 후보군에는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김신배 현 포스코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가 포함됐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의 이름이 올랐다.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고 참신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전문가들”이라며 “한진그룹이 현 위기를 벗어나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제안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이사 후보에 대해선 전문성 문제가 제기된다. 사내이사 후보 4명 중 2명은 대기업 출신 경영인이지만 항공업과는 무관하다. 더군다나 김치훈 전 상무는 조 전 부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리인’ 의혹도 제기된다.
‘능력 및 전문성’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새로운 이사 후보를 대거 제안해,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칼은 정관상 이사 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를 이용해 3자 연합은 현 사외이사(이석우·주인기·신성환·주순식) 중 다음 달 임기 만료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를 제외한 3명에, 자신들이 추천한 4명을 더해 7명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되면, 조 회장 측 기준 5(이석우 변호사 제외)대 8 구도의 13인 체제 이사회가 꾸려진다. 이사회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조 회장 측도 추가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기관투자자 사로잡을 '추가 카드' 필요
3자 연합이 새로운 수를 띄웠지만,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 표대결의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몇몇 후보의 전문성 논란과 더불어 정관 변경 내용도 지난주 이사회 의결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추가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주주 과반의 동의를 득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 등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 32.06%를 보유하고 있다. 18% 이상의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더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3자 연합은 한진칼이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대주주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 방안으로 이사의 자격요건에 현행 법규보다 강화된 ‘청렴성’ 항목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또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을 대표의사와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조 회장의 대표이사 겸임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이사회 내부 소위원회인 거버넌스·준법감시윤리경영·환경사회공헌위원회를 추가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또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지급을 통제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보상위원회 의무 설치 구상도 포함했다.
3자 연합은 소액주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전자투표제도 요구했다.
더불어 이사회 정관에 양성 확보 규정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했다. 현 한진칼 사외이사는 모두 남성이다. 3자 연합 추천 사외이사 중 여은정 중앙대 교수가 여성이다.
3자 연합 제안에 한진칼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진칼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을 비롯해 3월 말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