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증시가 춘제(春節·중국 최대 명절) 연휴 후 첫 개장일인 3일 대폭락했다. 올해 첫 거래일이 중국판 ‘블랙먼데이’가 된 셈이다.
중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전장인 지난달 23일보다 8.73% 하락한 2,716.70으로 장을 시작하면서 오전에만 약 3700억달러(약442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선전성분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9.13% 하락한 채 출발했다. 선전성분지수는 중국 증시의 대표 500개 우량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수다.
이날 오전 양대 증시에 상장된 약 3천700개 종목 가운데 3천200개가량이 가격 제한폭인 10%까지 떨어져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의약 등 일부 신종 코로나 테마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 대부분이 하한가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증시가 휴장에 들어갔던 춘제 연휴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인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지역 증시가 이미 폭락했기 때문에 중국 증시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이날 증시의 낙폭은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중화권 홍콩과 대만 증시는 각각 춘제 연휴 이후 첫 개장일인 지난달 29일, 30일에 각각 2.82%, 5.75% 떨어졌다.
달러-위안 환율 역시 상승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 현상이 발생하며, 오후 4시 현재도 환율은 7위안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위안화의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로 중국의 경제 견인책인 소비의 급격한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5.9~6%보다 1.2%p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소비 침체, 산업 가동률 저하,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지난 2003년 사스(SARS) 사태 때보다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공개시장조작 조치를 통해 1조2천억 위안(약204조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은행에 공급하는 한편 금리를 기존보다 0.1%p 낮췄다. 중국 통화 당국이 성장을 지지하는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