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 토굴에 배달된 세 장의 카드
베들레헴 토굴에 배달된 세 장의 카드
  • 성염
  • 승인 2019.12.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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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염 칼럼] 오늘은 2019년 성탄전야. 네팔 카필라 왕국에서 태어난 싯다르타 고다마 왕자의 탄신을 배달겨레 전부가 ‘부처님 오신 날’로 경축하듯,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나자렛 사람 예수’의 탄일도 온 국민이 ‘성탄절’로 함께 반긴다. 참 종교심 깊은 민족이다.

‘인류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성경은 예루살렘 가까운 베들레헴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잠자리를 얻지 못한 나그네 여인이 외양간에서 아기를 낳은 밤을 기원전(紀元前)과 기원후(紀元後)로 인류의 역사가 갈라진다고 풀이한다. ‘서기(西紀)’라고 부르는 이 연대를 서양에서는 A.D.(Anno Domini:‘주님의 해’)라고 표기한다. 신·구교 합쳐 남한 인구 3분의 1이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믿는다니, 오늘도 자정이 가까우면 구교도들은 성당으로, 개신교도들은 예배당으로 모여들 것이다.

목자들의 찬미, 이방인의 경배, 헤로데의 학살 명령

지금 같은 개명천지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날마다 9,000여 명 신생아가 죽고 800여 명의 산모가 출산 중 목숨을 잃는다지만, 마리아는 마구간에서나마 첫아들을 순산하여 구유에 눕혔는데 그 토굴로 석 장의 ‘성탄 카드’가 배달된다. 첫 장에는 근방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던 목자들이 천사들의 노래를 들었다며 오밤중에 달려오더니 포대기에 싸여 말구유에 눕혀진 아기를 보고서 자기네가 듣고 본 대로라며 ‘하느님을 찬미하며 돌아갔다’고 쓰여 있다.

다른 한 장에는, 삼칠일이 지날 즈음에 머나먼 동쪽 나라서 왔다며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토굴 외양간으로 들어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이방인들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세 번째 성탄카드는 공수특전단이 들고 온 헤로데 명령서였다. 동쪽에서 왔다던 사람들에게서 ‘별이 나타난 시간’을 첩보 수집해둔 헤로데가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라!”라던 학살 명령이었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2016년 전국 방방곡곡에서 피어오른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자마자 이 나라 70년의 기득권을 장악해온 반민족 독재세력이 ‘베들레헴 학살’을 개시하였다. 유약하게도 촛불을 들어 정권을 교체한 국민을 얼마나 얕잡아 봤으면 ‘혹시라도 저 인물이 커서’ 민주주의와 경제정의를 이뤄내고 남·북한 무력충돌을 막아낼 희망이 보이는 정치인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사법살인이 저질러지는 중이다.

김구의 암살, 조봉암의 처형과 장준하와 야당 후보들의 선거전야 의문사, 장면 암살 시도, 김대중 사형선고, 노무현의 수사와 죽음으로 이어온, 진보 인사들을 상대로 한 직·간접 사법살인은 지금도 안희정, 이재명, 김경수 그리고 조국이라는 이름을 묘비명에 새기는 중이다.

검찰, 언론, 법원이 함께 만든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1958년의 ‘진보당 조봉암 사건’ 이래로 검찰이 범죄를 조작하면 언론이 나팔을 불어주고 법원이 사형을 집행해온 무수한 사건이 대부분 무죄한 정치인을 제거해온 사법부의 범죄행위로 드러났다. 삼척동자 눈에도 시비가 뻔한 사건이지만 여전히 기득권이 고발 당한 경우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차츰차츰’ 이르는 변명으로 덮어주면서, 기득권이 고소한 사건은 검찰을 총동원하여 탈탈 털어내는 행태를 보면서 지난 역사를 생생히 기억하는 국민은 탄식하리라.

오죽 분노했으면 어느 언론인이 며칠 전 윤석열 검찰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물었겠는가.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와 ‘야권’에 대한 관대한 ‘선택적 수사’의 이유를” 말이다. 더구나 검찰의 트로이목마를 성안까지 끌어들인 실수로 ‘청와대엔 칼바람, 한국당에 봄바람’이라는 기사 제목이 버젓이 뜰만큼 위태로워 보이는데도 사법개혁이라는 정도를 거쳐 법기강을 세우겠다는 이 정권, 참 인내로워 보인다.

지난 반년의 ‘조국 사태’는 선거혁명으로 이 땅에서 발본색원될 집단의 정체를 드러냈다. 굳이 성탄절에 맞추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과 샴쌍둥이처럼 머리가 한데 붙은 법원을 통해서 진보정권에 거의 가정파괴범들의 능욕을 끼칠 테지만 외양간 말구유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그 갓난아기가 인류 역사를 ‘기원전’과 ‘기원후’로 가름한 사건을 크리스천들은 기억하리라.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성 염
· 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 저서
〈라틴어첫걸음〉, 경세원, 2002
〈고급라틴어〉, 경세원, 2014
〈사랑만이 진리를 깨닫게 한다〉, 경세원, 2007 외 다수

· 역서
〈삼위엘체론〉(아우구스티누스), 분도출판사 2015
〈법률론〉(키케로), 한길사, 2013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경세원 2016
〈신국록〉(아우구스티누스), 분도출판사, 2003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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