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흰쥐의 해... 경자(庚子)의 호시절 고대하며
2020년 흰쥐의 해... 경자(庚子)의 호시절 고대하며
  • 권의종
  • 승인 2019.12.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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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번 쥐띠 해만큼은 기업들이 위축된 모습보다, 근면한 부자(富者)의 풍모 한껏 떨치기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가 또 바뀐다. 금세기 두 번째 쥐띠 해인 경자(庚子)년의 새 동이 튼다. 원단을 맞고 보면 으레 지난 한 해 동안의 다사다난을 회고하며 저마다 야심찬 계획과 간절한 소망을 담는 일년지계(一年之計)를 호기롭게 세우곤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당장 지척의 시계조차 분간키 힘든 불확실한 시대상황의 면전에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할 따름이다.

기업인들로서도 사뭇 신중하게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고 한 해의 경영계획을 떠올려보지만, 개략적 밑그림조차 선뜻 그려내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온고지신의 혜안을 부릅뜨고 지난 세기 이후 쥐띠 해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앞날을 더듬어 보는 것도 상책은 못될지언정 차선지책 정도로는 충분할 성싶다.

20세기 첫 쥐띠 해였던 1912년. 우선 일제강점기의 토지조사사업의 쓰라림을 더듬게 된다. 일본 제국은 당시 애매하고 혼란한 재래의 토지 소유 관계의 정리와 개편을 빌미로 삼아 8년에 걸쳐 대규모 조사사업을 벌인다. 이 땅 한반도에서 식민지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근대적 토지소유권 확립이 가장 선결해야 할 과제로 삼았을 터이다.

1924년 갑자년에는 일제 수탈이 노골화되면서 기근이 창궐한다. 새해 벽두인 1월부터 전남 광주의 농민 500여명이 소작쟁의로 경찰서를 습격한다. 무안군 암태면 농민 600여명은 구속 농민 석방을 외치며 시위에 돌입한다. 금산, 진안, 익산은 대흉작이 들어 기근자 14,000명, 하루 1식자가 45만명에 이른다. 황해도 재령군 북률면에서는 동척 소작인들이 소작료 불납동맹에 나선다. 쌀이 남아돌아 고민하는 오늘의 상황과 대비되어 가슴이 미어진다.

온고지신의 혜안 부릅뜨고 쥐띠 해 일어난 일 되짚고 앞날 더듬는 차선지책의 일년지계 세울 때

1936년 병자년에는 일장기(日章旗) 말소사건이 터진다.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가 그해 8월 하계 베를린올림픽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우승사진을 개재하면서 유니폼에 그려진 일장기를 없앴던 게 화근을 불러들인다. 이후 동아일보는 무기 정간 처분을 당하고, 조선중앙일보는 휴간에 들어간다. 세계 언론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1948년 무자년은 한국사의 뜻 깊은 한 해였다. 5월 10일 대한민국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198명의 의원으로 제헌국회가 구성되고, 정부수립 활동을 개시한다. 7월17일에는 대한민국 제헌헌법이 공포된다. 이어 8월 15일 대한민국 제1공화국 정부 수립되고, 바로 그 다음날 미군정은 대한민국 정부에 정권을 이양한다.

여기에 1960년 경자년에는 4월 혁명이 일어난다.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은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개표를 조작한다. 이에 반발하여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학생 시위가 잇따른다. 전국에 걸친 대규모 시민들의 반독재투쟁혁명으로 확대된다. 급기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발표한다. 자유당정권의 막이 내리고, 그 후 과도 정부를 거쳐 제2공화국 출범으로 이어진다.

1972년 임자년에는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토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공동성명을 합의·발표한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원칙이 천명된다. 결과는 초라하다. 통일논의를 통해 남북 양측이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이용했다는 오점을 남긴다. 지지부진한 남북관계가 이어지는 현실을 맞아 당시 상황이 재현되는 건 아닌지. 격세지감이 무색하기만 하다.

쥐띠 해라고 다른 해 비해 애사가 많았을 리 없어...과거사 아픔 들춰, 새해 액땜 대신하고픈 마음

같은 해 말에는 제4공화국 유신헌법이 공포된다. 말이 좋아 제7차 헌법 개정이지, 실제로는 구헌법을 폐지하고 새로 만든 헌법이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 지향, 민주주의 토착화, 실질적인 경제적 평등실현을 위한 자유경제질서 확립, 자유와 평화 수호의 재확인을 표방했다. 말장난에 그쳤다. 박대통령의 장기집권시대를 여는 서막에 불과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1984년 병자년은 태풍 '준'이 한반도를 강타한다. 서울 등 중부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린다. 망원동, 성내동, 풍납동 등이 물에 잠겨 서울에서만 10만여 명의 수재민이 발생한다. 2만 채 이상의 주택이 침수된다. 사망 189명, 실종 150명, 재산피해 2,502억 원에 달한다. 그 와중에 전두환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했고, 히로히토 일왕은 일제강점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무역 갈등, 지소미아 등으로 얼룩진 지난해 한일관계와 비춰볼 때 묘한 비감마저 일게 한다.

지난 2008년 무자년에는 삼성그룹의 불법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삼성특검이 실시된다. 삼성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고소·고발된 4개의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비자금 조성과 로비의혹 등이 수사 범위였다. 결국 특검은 삼성의 불법 상속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만다. 정경유착, 분식회계, 노조와해 등 불법 유혹을 떨치지 못해 이직도 단죄를 받는 삼성을 보며 정도(正道)경영의 절실함을 새삼 깨닫는다. 

본디 역사는 비극을 보다 잘 기억하는 속성이 있다. 즐겁고 좋았던 일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 더 기록으로 남게 마련이다. 쥐띠 해라해서 유독 다른 해에 비해 애사가 많았을 리 없다. 어쨌든 지난 과거사의 아픔을 들춰봄으로써 새해 액땜을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 간절하다. 풍요와 근면의 상징인 쥐. 부디 이번 쥐띠 해만큼은 기업들이 국민 앞에 더 이상 나약하고 위축된 모습보다는 부지런하고 의젓한 부자(富者)의 풍모를 한껏 떨치는 호시절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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