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은경 기자]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외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와 채용청탁 비리가 적발됐던 국책은행 수출입은행이 이번에도 ‘나라망신’을 샀다. 외국계 IB와 채권 발행 주간사선정 댓가로 접대·향응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번달 초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금융사 2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달 초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금융사 2곳을 압수수색 했다"며 "지난 7월 감사원에서 냈던 자료를 검토하고 필요한 사람을 부르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01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7회 채권 발행 주간사를 선정하면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특정 증권사들을 주간사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이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 유로화, 엔화로 된 외화표시채권 25조9374억원 상당을 발행했고, 주간사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채권 발행 금액의 약 0.3%에 해당하는 768억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출입은행 담당자들이 뉴욕과 런던, 홍콩 등지에서 진행된 해외투자설명회 과정에서 해당 외국 IB로부터 부적절한 접대와 대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선정과정에서 부정하게 개입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장에게 관련자들을 문책하는 등 조치를 내렸으며, 경찰은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관계자들을 내사해오다 지난달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출입은행 관련 조사나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은 없다"며 "시기 등은 아직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미국 SEC로부터 외국계 IB ‘바클레이즈’와의 채용청탁 비리가 밝혀져 빈축을 샀다.
미국 SEC는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바클레이즈가 2009년부터 4년 넘게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사 임원의 자녀나 지인을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채용해주고 채권 발행 주관사 등에 선정돼 수수료 등을 챙겼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SEC는 “(한국) 국책은행 임원은 지인에 대한 정규직 고용을 요청했고 바클레이즈 아시아본부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며 “당시 해당 지인보다 인터뷰 등에서 더 나은 후보자가 있었지만, 바클레이즈 코리아의 요청으로 임원 지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바클레이즈를 주관사로 선정하는 데 관여했던 수출입은행의 한 부행장은 퇴직 후 문제의 바클레이즈에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접대·향응 의혹과 관련,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채권 발행업무 관련 쇄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경찰 수사에는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