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꼭 북한 선전선동 가요를 듣는 것 같았다. 소름이 쫙 끼쳤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나를 포함한 어른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들을 이념에 끌어들이면 어쩌란 말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누구든지 용서받지 못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한 인터넷 매체가 유튜브에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를 올린 데 대해 "당신들이 지구 저 건너편 소년병을 동원하는 극단주의 세력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8월 한국당 해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던 나는 어제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면서 "너무나도 예쁘고 귀한 우리 아이들이 '토착왜구', '적폐청산', '적폐 기레기' 등의 정치적이고도 모욕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혀를 찼다.
가사에는 '석열아 석열아', '자한당, 조중동 모조리 없애자'는 등 어른들도 입에 올리기 어려운 극단적 표현들이 서슴없이 나온다. 아이들이 그 내용을 알까. 가사를 만든 사람은 어른들이 분명하다. 그 가사를 쓴 사람이 자기 자식한테 그런 노래를 부르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뭔지도 모른 채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했을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나쁜 사람들, 천벌을 받을 사람들, 이념 앞에 아이의 인권도, 순수함도 모두 짓뭉개버리는 잔인한 사람들"이라면서 "당신들이 바로 북한의 전체주의 독재정권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북한 정권이 저지르는 악행을 똑같이 따라 하는 자들, '친북수구좌파'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아동의 인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이념 투쟁에만 정신이 팔린 수구세력들 같다.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른들이 친북수구좌파 세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말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서초동 집회 현장에 나간 사람들은 박수를 칠까. 그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매체가 "검찰개혁을 바라는 청소년들이 촛불 국민께 드리는 노래"라며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10대 어린이 11명이 '아기돼지, 엄마돼지', '산토끼','상어가족', '곰세마리' 등의 동요를 메들리 형태로 엮어, '토실토실 토착왜구 도와달라 꿀꿀꿀', '자한당 조중동 다 함께 잡아서 촛불국민 힘으로 모조리 없애자', '적폐들이 한집에 있어 윤석열 조중동 자한당' 등으로 개사해 부르는 모습이 담겼다.
그 노래를 한 번 들어보라. 그런 다음 옳고 그름을 따져보자. 대한민국이 미쳤다.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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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