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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사태' 잊었나…우리·하나은행, 파생상품 '묻지마식 판매' 진화에 초비상
'키코사태' 잊었나…우리·하나은행, 파생상품 '묻지마식 판매' 진화에 초비상
  • 임동욱 기자
  • 승인 2019.08.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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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연계 파생상품 DLS·DLF 투자자들, 만기 다가오면서 평가손실커 원금 날릴 위기
불완전판매 들어 소송준비중…두 은행, 소송에 대비해 TF구성 등 파문진화에 '진땀'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인 우리은행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인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금리연계 파생상품판매에서 불완전판매논란이 일면서 원금을 날릴 위기에 있는 많은 투자자들이 소송을 준비 중이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여부를 가릴 검사에 나서기로 한데 따라 불완전판매 파문 진화에 초비상 상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그동안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독일과 영국 채권 금리와 연동한 파생상품 DLS(파생결합증권)와 DLF(파생결합펀드)를 판매하면서 위험은 거의 없다는 식으로 ‘묻지마’ 판매를 해 왔으나 이를 믿고 투자해 거액의 평가손실을 안게된 투자자들은 책임을 은행에 돌리며 원금전액 반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와 하나은행은 이 파생상품이 ‘제2 키코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자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소송을 준비중이고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내 제보와 항의가 빗발치자 두 은행에 대해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전면적으로 검사하기로 한데 따라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법정에서 가린다는 방침아래 다음달 11일까지 투자자들로부터 불완전판매관련 소송을 접수받아 투자금전액 반환을 주장하는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일단 국내 영업 부문장이 주도하는 영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동안 영업일선의 PB들이 불완전판매가 문제될 것 같다면서 본점차원에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할 것을 건의했으나 늑장은 부려온 우리은행은 뒤 늦게 TF를 통해 판매동향을 점검하고 해당상품을 판매한 영업점의 고객 응대 지원에 나섰다.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해 파생상품투자 손실로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자는 의도로 보인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부터 자산관리(WM)사업단 전무를 총괄로 투자상품부장과 PB사업부장, 실무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렸다. 사후관리지원반은 PB들의 DLS·DLF 관련 질의와 요청사항에 대응하고 있다.

이 두 은행이 판매한 파생상품은 위험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두 은행은 리스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해와 문제가 되고 있다. DLF는 독일과 영국 등에서 발행한 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상품으로 설계상 위험도가 높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동하고 있는데, 금리가 -0.2%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4~5% 발생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지만 -0.3%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의 20%~전액(-0.7%)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독일 국채 금리는 이날 -0.612%를 기록해 이 상품에 투자자한 고객들은 현 시점에서 원금의 80% 손실을 본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은행 일선 창구에서는 독일채권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묻지마식 판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상품만기 기간이 짧은데 이 기간에 독일채권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투자자들의 대형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이 상품은 만기가 4~6개월로 짧아 다음달 19일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모두 돌아온다. 그러다보니 독일 금리와 연계한 상품 1250억원어치에서 현재의 원금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 역시 투자리스크가 높다. 이 파생상품은 미국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이 상품은 가입 당시 금리의 60%를 기준으로 그 이상 유지할 경우 3~5% 수익이 생기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본다. 하나은행은 이 상품을 3900억원 가량 판매했다.

지난해 9월 이후 판매한 하나은행의 파생상품 DLS도 손실위험에 처했으며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게 되면 이 상품에서도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원금 손실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없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재개되고, 한·일 경제분쟁이 발생할 걸 전망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며 "상품을 설계할 당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찾아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금리가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에서도 우리은행은 판매확대 열을 올렸다. 리스크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는 것은 투자자들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이자만을 강조한 불완전판매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돈 장사에서 매우 보수적인 은행이고 보면  올 초부터 이미 미국 국채 금리가 꺾이기 시작했으면 독일이 영국의 채권금리에 연동한 이들 파생상품을 판매하는데 매우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국민은행은 금리 연동 DLS 상품 판매를 하려다 출시하지 않았고 기업은행은 판매중이던 상품을 중단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품을 설계하는 사람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 모두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기관의 보고서라고 무조건 믿기보다 시장을 자체적으로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PB나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만큼 고객들에게 최대한 자세한 정보와 상황 전달을 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이 비이자수익 확충에 눈이 어두워 불완전판매를 서슴지 않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 원금의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놓인 많은 투자자들은 높은 이자에 원금이 까질 위험은 거의 없다는 은행직원들의 말만 믿고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무슨 날벼락이라면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문제삼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계약 내용이 모두 무효라며 원금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누리는 금리가 아무리 상승해도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이 3~5%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원금 100%까지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임을 제대로 설명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품명과 구조에 '영국'과 '독일' 등 국가 이름과 '금리' 라는 표현이 있어 예금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구현주 변호사는 "불완전판매 등 사고·사기로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이를 취소해서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며 "9월11일까지 소송 접수를 받아 9월말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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