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오는 3일 주요 은행장들을 소집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가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지난 8일 “(일본계 자금)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얼마든지 대체 조달원을 찾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큰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18일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당부’라는 참고자료를 통해 “일본이 금융분야 보복조치를 부과해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주요 국책·시중은행장, 정책금융기관 수장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의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소집 시기는 다음 달 3일 오전 10시로, 전날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할 것을 대비한 조치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업계에 대한 금융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도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일본 경제보복으로 인한 금융 위험 요인을 모니터링하며 국내 기업의 피해에 대비한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수출규제 품목의 수급이 어려워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금융 규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지금 우리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어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일본 은행으로부터의) 엔화 대출이 중단되더라도 보완 조치가 가능하다"며 "최악의 경우 (일본 은행들이 우리 기업들에) 신규 대출이나 롤오버(만기 연장)를 안 해줄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대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밀했다.
일본계 은행들은 한국에 대한 대출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일본 은행들의 국내 대출은 작년 9월 말 21조817억원에서 올 3월 말 18조2995억원으로 반년 새 1조8000억원가량 줄었다.
그러나 이는 보복 차원이 아니라 일본 은행들의 자금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일본 은행에서 직접 조달한 돈은 7조원이 채 안 되고, 전액 회수 요구가 와도 충격이 없다"며 "지난주부터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계 자금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은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 쪽에서 (일본이) 우리 쪽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경로는 은행 크레디트라인(신용 공여) 중단, 일본계 주식 투자 지분을 통한 의결권 행사, 기존 투자 자금 회수 등인데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청와대에서 상당폭의 내각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나 인사권자의 선택폭을 넓혀주기 위해 최근 사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