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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상화 불발과 상처 입은 나경원 리더십
국회정상화 불발과 상처 입은 나경원 리더십
  • 오풍연
  • 승인 2019.06.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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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지도부 조율 안 돼 오락가락

[오풍연 칼럼]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한 3당 원내대표 합의문이 2시간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24일 오후 열린 자유한국당 의총에서 추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가 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사인까지 했는데 그랬다. 정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는 의총이다. 의총에서 뒤집어 졌으니 나 원내대표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리더십까지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원내대표가 어렵사리 합의를 하면 추인을 하고, 힘을 실어주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날 의총에서는 비토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그동안 투쟁의 결과가 고작 이것 밖에 안 되느냐고 따졌다는 후문이다. 그런 다음 결국 부결시켰다.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정확한 경위는 모르겠다. 의원들은 원내대표보다 당 대표 눈치를 더 본다. 강경 분위기를 주도해온 황교안 대표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강경 분위기를 이끌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반란이다. 어찌됐든 나경원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 협상에 나서더라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나경원은 원래 당내 우군이 없었다. 친박계의 지원으로 원내대표에 올랐다. 그러다보니 친박계가 등을 돌리면 설 땅이 없어진다. 지금 그런 형국이 아닌가 싶다. 90여분 동안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 20여명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삭발까지 했는데, 얻은 게 뭐냐”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의총 시작부터 ‘합의문 무효’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발언 신청이 이어졌다. 한 의원은 “(거부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의견이) 다른 분들이 얘기를 안 하셨다”면서 “보통은 A를 얘기하면 (다른 의원이) 반론도 제기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전했다. 일방적으로 비토 당했다고 할까.

나도 처음에 합의문을 보고 조금 의아스럽긴 했다. 우선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원들은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관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와 ‘합의 처리’ 약속을 합의문에 담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합의문에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만 했는데, 이 부분을 ‘합의 처리한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정신’은 애매하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견이 좁혀질 만하면 요구 조건을 추가로 내놓는가 하면, 검찰총장·국세청장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도 지도부 내에서 조율이 안 돼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정치적으로 꽃길 만을 걸어온 나경원에게 결기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합의안 거부는 불신임과 결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분위기까지는 안 갔다고 하지만 나경원의 험로를 읽을 수 있다. 정말 정치는 알 수 없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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