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포트폴리오’ vs 한국인의 ‘몰빵’ 투자
유대인의 ‘포트폴리오’ vs 한국인의 ‘몰빵’ 투자
  • 권의종
  • 승인 2019.06.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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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수익 뒤쫓기보다 안정적 분산으로 미래 준비하는 지혜 배워야...“안정 없이 성장 없다

[권의종 칼럼] 1492년은 세계사적 의미가 각별하다. 그해 스페인에서 3가지 큰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이사벨 여왕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을 축출, 스페인 통일을 완성했다. 이슬람 세력은 십자군 전쟁 시절에도 버텨냈던 최후의 거점 그라나다까지 내주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물러났다. 그라나다 왕국의 마지막 왕 무함마드 12세가 저항을 포기하며 지브롤터 해협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개척 위업도 그 해 일어난 일이다. 오늘날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의 탄생이 그 해 신대륙 발견에서 비롯된 점에서 시대적 의미가 작지 않다. 현대적 세계 질서의 씨앗이 그 때 파종된 셈이다. 이를 기점으로 서구(西歐)는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했고, 역사의 페이지는 중세를 마감하고 근대의 서막을 열 수 있었다.

그 해 중요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유대인 추방령이다. 이사벨 여왕은 그라나다 알람브라 성에서 교서를 발표했다. 일명 ‘알람브라 칙령’이다. 유대인은 ‘가톨릭 개종’과 ‘국외 추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유대인 17만 명이 스페인을 떠났다. 전쟁으로 이완된 민심을 수습하고 신앙심 깊은 왕실로 권위를 회복하려는 종교적 단일화 의도가 표면적 이유였다.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해 전쟁으로 바닥난 국고를 메우려는 속셈이었다. 콜럼버스 신항로 탐사에 소요될 왕실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한몫했다. 유대인은 4개월 안에 재산처분을 허용 받았으나, 화폐나 금, 은은 갖고 나갈 수 없었다. 적발되면 처형이었다. 유대인은 재산을 서둘러 헐값에 팔아치웠다. 살던 집을 내주고 당나귀를 구했고, 포도원을 몇 필의 포목과 맞바꿔야 했다.

늘 꿈꾸는 한국인과 절대 꿈꾸지 않는 유대인 남의 수익 뒤쫓기, 어느 쪽이 성공적일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유대인의 재산관리 방식이 재산처분에 큰 도움이 되었던 점이다. 유대인들은 탈무드 격언에 따라 재산을 나누어 관리하는 습관을 대대로 지켜왔다. 3분의 1은 현금으로, 3분의 1은 보석이나 골동품 같은 값나가는 재화로, 3분의 1은 부동산으로 부를 분산시켜 관리해 왔다. 안정적 재산관리방식인 ‘포트폴리오(Portfolio)’는 여기서 유래했다.

이런 포트폴리오를 한국인이 모를 리 없다. 문제는 실천력이다. 한국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주변에서 큰 수익을 낸 정보를 접하면 그게 바로 모범답안이 된다. 이거다 싶으면 가진 돈을 한 곳에 몽땅 쏫아 붓기 일쑤다. 이른바 ‘몰빵’ 투자다. 빚까지 끌어다 쓰는 과욕도 서슴지 않는다. 순간의 판단에 따라 변동성 높은 부분에 모험 투자를 감행한다. 겁도 없다.

대상도 물문이다. 부동산 붐이 일면 건물과 토지를, 자본시장이 활황이면 주식과 채권을, 요즘처럼 환율이 오를 것 같으면 달러화를 앞 다퉈 마구 사들인다. 한번 분 광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시장은 과열로 치닫는다. 피해는 막바지 참여자의 몫이 된다. 남의 말만 듣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즐비한 이유다. 주식시장에서 개미들만 늘 마이너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유대인이 분산투자를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어떤 자산이 유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 주식, 현금 등에 각각 30% 내외로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과도 좋다. 1993년부터 2015년 8월 말까지 미국의 부동산, 채권, 주식에 투자한 경우 주식의 수익률이 연평균 7.76%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위험을 반영한 위험조정 수익률은 개별 자산에 투자한 것보다는 3분법 원칙의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은 늘 꿈을 꾸며 산다. 이에 비해 유대인은 절대 꿈을 꾸지 않는다. 유대인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를 거는 법이 없다.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 한국인과 유대인의 차이점 중의 하나다. 남의 수익을 뒤쫓기보다 안정적인 분산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유대인의 지혜는 배울만하다. 안정 없는 성장은 없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은 지어지지 않는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경제컬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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