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쓴소리를 잘 한다. 더러 오버하기도 하지만, 맞는 말을 할 때가 더 많다. 이런 의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할까.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일 대기업 CEO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한 적이 있다. 명분은 사회공헌에 기여한 기업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오찬 행사를 공개하지 않다가 일부 언론 보도로 오찬 사실이 알려지자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정권 때 국정 농단 사건을 의식해 공식 행사 외에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꺼려온 상황에서, 김 여사의 대기업과의 비공개 오찬은 이례적이었다. 궁금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 자리에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과 KB국민은행, 샘표, 한샘 등 10여개 기업 고위 임원들이 참석했다. 5대 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LG그룹은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기준으로 이들을 초청했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도 기업인을 만날 때는 특히 조심한다. 그냥 밥만 먹자고 했을까. 그러려면 초청할 이유도 없었을 게다. 청와대가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무슨 얘기가 오갔는 지도 알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기업에 손을 벌렸다가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자꾸 박근혜가 떠오른다.
이언주가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영부인이 스스로를 대통령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면서 “대통령이 엉망이면 영부인이라도 국민들한테 위안이 되어야 하는데 숫제 한술 더 뜬다. 영부인이 어떻게 우리나라의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 CEO들을 불러 놓고 오찬을 합니까?”라고 비꼬았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청와대로 대기업 수장들을 불러 모은 적이 있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상황인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행동이 국가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됩니까?”라고 지적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특정 사업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압력을 행사한다고 외치던 사람들이 그것이 사회공헌사업이라는 명목이면 괜찮은 것입니까? 사회공헌사업을 하니 돈 내놓으라고 정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내세요’ 와 뭐가 다릅니까?”라고 했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청와대 초청 행사에 대해 이 의원처럼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그런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런 행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김 여사에 대한 시중의 평가도 좋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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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