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문재인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대해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 10번 수행 취재를 했다.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생각도 든다. 꼭 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내가 청와대 출입할 때도 두 번 순방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한 번은 브라질 등 남미 3개국, 또 한 번은 인도.
당시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였다. 남미 순방 취소는 미국의 9ᆞ11 테러사태 때문이었다. 미국을 생각해서 그랬다. 인도 순방 취소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국내 상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순방 취소가 그렇다면, 연기하고 국내 상황을 챙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죽하면 야당이 성명을 낼까도 생각해 보라. 대통령이 쉽지 않은 자리라 그렇다.
대통령 순방을 놓고도 여야가 신경전을 펴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에 나가는 대통령이나, 그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야당이나 다를 바 없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의 성명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에게 너무 심한 말을 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국가 원수에 대해서는 예의를 차려야 한다.
민 대변인은 9일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대해 “불쑤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말했다. 보통 대변인 성명은 당 대표 등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발표한다. 황교안 대표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작심하고 내보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민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역사 덧칠’ 작업으로 갈등의 파문만 일으키더니, 국민 정서 비(非)공감의 태도로 나 홀로 속편한 ‘현실 도피’에 나섰다”면서 “이 시점에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북유럽 외교 순방인가. 눈에 보이는 것은 북한뿐이요, 귀에 들리는 것은 대북 지원 뿐”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여당이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막말 수도꼭지’ 민경욱 대변인의 당직을 박탈하고 국민께 사죄하라”면서 “이걸 공당의 논평이라고 내놓다니, 토가 나올 지경이다.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이라고 맞받았다.
민 대변인의 비유는 적절치 않았다. 대통령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유감 정도는 표현할 수 있다. 나 역시 가지 않는 게 옳았다고 생각한다. 말의 순화(醇化)를 당부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