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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메기 이론'과 제3인터넷 은행 선정 무산
금융시장 '메기 이론'과 제3인터넷 은행 선정 무산
  • 조연행
  • 승인 2019.05.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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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메기를 풀어야 시장 육성...’이종경쟁‘으로 은행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조연행 칼럼] 노르웨이 어부들이 청어를 북해에서 런던까지 산채로 실어 나르기 위해 청어 수조에 메기를 넣었다. 수조안에서 청어들을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게 만들어 살려서 운송한 것이 ‘메기이론’의 기원이 되었다. 물고기도 동종끼리는 경쟁을 하지 않기에 이종을 넣어서 사활경쟁을 시킨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 시장에서도 메기를 풀어 넣어 ‘이종경쟁’을 시킨다며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어렵게 태어난 ‘메기’가 자라지 못하고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은행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이 가능한 ‘면장영업’이기 때문에 철저히 독과점 상태를 유지해 왔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상품개발에서 부터 수수료 하나까지 거의 모든 것을 허가 받아야 했다. 틀에 벗어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만들 수 도 팔 수 도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은행들과 보조 맞추기만 하면 영업은 저절로 되었다.

소비자들은 다른 대체재가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을 이용할 수 밖 에 없었다. 자금만 빌려주면 높은 이율과 비용은 따지지 않고 ‘감지덕지’ 오히려 고마워 했다. 독과점이기에 반세기 동안 그렇게 영업을 해도 해마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런 은행시장에 인터넷은행이란 ‘메기’가 나타났다. 좁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담합적 영업행위로 높은 이자율과 수수료로 소비자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던 은행에게 작지만 강한 ’메기‘가 나와서 경쟁을 하게 생긴 것이다. 2년 만에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으로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소비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하던 금융소외계층도 대출을 받거나 중금리 대출로 이자율을 낮춰 소비자편익이 크게 증가되었다. 소비자를 향해 움직이지 않던 덩치 큰 은행들도 메기에 쫏겨 소비자를 향해 몸을 낮추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렵게 탄생시킨 ’메기‘를 키우지 못하고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 문제를 방관하여, 어렵게 탄생시킨 메기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대주주 심사라는 문턱에 걸려 사활의 기로에 섰다.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고 카카오뱅크 역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은행권의 첫 메기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모두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금융위원회는 중단했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이유이다. 애초 KT는 5900억원 규모의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34%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KT는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개정, 올해 1월부터 산업자본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설립된 케이뱅크가 이 혜택을 받으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을 다시 넘어야 한다. 대주주는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뱅크도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턱에 걸렸다. 카카오가 계열사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으나, 엔플루토 등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어렵게 은산분리라는 규제를 풀어 ’메기‘를 살리고자 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ICT 기업의 '디지털 DNA'를 결합, 경직된 은행시장의 판을 흔들 '메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고사‘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례법 개정의 의미가 없어지고 규제 완화의 효과도 없어지게 된다.

’메기‘은행 중의 하나인 케이뱅크의 예를 들면, 자금부족으로 계속적 대출중단이라는 ’은행‘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하여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발효 중이나,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더뎌지면서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 확충으로 안정적인 운전자금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금융당국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심사가 없어 ’대출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생명은 ‘신용’이고, 이는 ‘자금력’으로부터 나온다. 자금력은 ‘건전성’과 직결되고, 이는 ‘소비자보호’로 이어진다. 과거 ‘금융자본’만에 의해 충당해 오던 은행의 자본을 ‘비금융자본’에게 도 충당할 수 있는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적격 심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피해는 결국 소비자피해로 이어지고, 어렵게 만든 금융시장의 메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고사’될 위험에 빠져있는 것이다.

마치,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잘살고 있는데, 나중에 알게 된 남편의 결혼 전 미미한 과오 때문에 제3자가 혼인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앞으로 잘 살도록 과오는 묻어 두는 것이 낮지 않은가?

바둑이나 장기도, 하물며 윷놀이도, 패를 한번 두면 아무리 ’패착‘이라도 무를 수가 없다. 다음 행마를 고민해야지 ’패착‘에 빠지면 이로 인해 그 게임은 지고 만다. 정부의 허가로 2년간 어렵사리 탄생시켜 소비자편익을 증대시킨 ’메기‘를, 과거의 작은 ’과오‘를 빌미로 그대로 ’고사‘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무원 특유의 ’무책임 원칙‘ 때문에 ’이리저리, 차일피일‘ 미루지 말라. 문재인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정신과 소비자편익 증대라는 명분에 걸 맞도록,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 하여 고사 위기에 빠진 메기에게 하루 빨리 수혈시켜 살려 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제3인터넷은행도 신속, 정확히 선정하여 은행시장에 더 많은 메기를 풀어 건강한 ’은행‘시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필자 약력>

조 연 행
/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회장(현재)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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