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노무현 10주기다. 그는 풍운아였다. 비극적인 종말을 고했다. 나는 그를 1987년 거제도에서 처음 봤다. 옥포 조선소 노사분규에 개입했던 것. 그가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할 때다. 내 눈에 비친 노무현은 상식 이하였다. 그 같은 인상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노무현을 싫어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고인이 된지 10년. 이제 미움을 걷어낸다. 그를 추도한다.
내가 오늘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칼럼니스트로서 노무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할 말은 많다. 하지만 압축해서 이같은 글을 올렸다. 페친들도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내 글에 달린 댓글만 소개하고자 한다. 댓글 역시 예상대로 극과 극을 달렸다. 그게 노무현의 실체인지도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
나를 직접 공격하는 댓글부터 소개한다. “본인이 노무현보다 위에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쓴 글로 보이네요...지금까지 쓴 글을 보았을때 올바른 판단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에 뭐라고 할 가치도 없지만 하필 오늘 평가절하하고 본인이 다 용서한다는 듯한 글을 쓴 것도 상식 이하로 보입니다.” 이 분의 의견도 존중한다. 내가 노무현에 대해 평가했듯이 이 분도 나에 대해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다.
이 분의 댓글에 반대 입장은 나타내는 글도 올라왔다. “각자마다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오풍연'이란 한 개인의 글을 보시고 가치와 상식을 이하로 논하신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또, 노무현보다 위에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쓴 글,이라는 말씀에도 제3자는 동감할 수가 없네요. 너무 감정적으로 보신 것 같습니다.” 글이란 그렇다. 자기 생각만 나타내면 된다.
“나는 그가 인권변호사로 통일민주당에 입당할 때부터 대통령 될때까지 정치부 기자로 지켜본 사람이다. 참 할 말이 참 많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평가한다는 것은 편향이 많을 수 있다. 긍정 평가든, 부정 평가든...” 이 분의 댓글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평가 역시 사람이 한다.
“모든 사람은 내면속의 내용물로 인품이 드러나죠.. 우리 자녀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나요? 시대를 앞서가신 분입니다 이런 분들이 후에 교과서에 역사의 인물로 남겨지죠. 아이들이 모델로 삼을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0주기인 오늘... 추도의 글을 올리는 듯 하면서, 오늘 같은 날 굳이 상식 이하였다 라는 말을 쓰면서 자극을 줄 필요 있을까요?” “지나치게 과대평가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오갔다. 사람은 죽은 다음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에 대한 평가도 현재 진행 형이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23일 추도식에 참석했다. 봉하 마을에서는 추도식이 엄숙하게 진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노무현도 잠들어 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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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