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이햇님 기자]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시중은행보다는 대폭 높다는 인식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퇴직연금 정기예금에 시중자금이 대거 몰린 탓으로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올린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판매 중인 정기예금 179개의 12개월 금리 평균은 연 2.30%로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7일 금리 평균인 연 2.64%에 비해 0.34%포인트 떨어졌다.
OK저축은행은 이달에 'OK정기예금' 금리를 작년12월 연 2.6%에서 이달 연 2.4%로 내렸다. SBI저축은행은 12개월 정기예금 금리가 작년 12월 연 2.8%에서 이달 연 2.5%로 0.3%포인트 인하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연 2.55%에서 연 2.31%로, JT저축은행은 연 2.6%에서 연 2.2%로 각각 예금금리를 인하조정했다.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대출을 많이 해 작년 말에 고금리 특판상품으로 예금을 유치해 당국이 규제하고 있는 예대율(예금·대출 비율)을 맞췄으나 올해 퇴직연금 정기예금이 히트를 치면서 예금이 대폭 늘어나자 예대율을 맞추는데 문제가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작년 말에 올린 정기예금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물론 저축은행들은 퇴직연금 효과 말고도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라 이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손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저축은행들의 일반정기예금 금리인하는 퇴직연금 정기예금의 인기에 의해 가능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운용 대상에 저축은행 예·적금도 포함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퇴직연금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이들은 퇴직연금 정기예금 고객을 모으고자 연 2.4∼2.6%의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또 시중은행, 증권사 창구에서도 퇴직연금 정기예금을 판매해 고객과 접점이 늘어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OK저축은행은 작년 11월에 퇴직연금 정기예금을 출시하고서 2개월 만에 잔액 2000억원을 돌파했고 현재 잔액은 4600억원에 달한다. SBI저축은행도 작년 11월 출시한 퇴직연금 정기예금에 현재까지 4200억원이 몰렸다. JT저축은행은 1월 말 기준 잔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저축은행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기로 한데 따라 앞으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예금금리를 인하조정에 들어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을 큰 폭으로 유치할 수도 없게 돼 예금을 많이 늘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해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금리인하에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