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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밥상머리 교육’...한국 금융산업의 벤치마킹 대상
유대인 ‘밥상머리 교육’...한국 금융산업의 벤치마킹 대상
  • 권의종
  • 승인 2019.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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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해설사’ 제도 탄생...창의적·생산적 실사구시 교육으로 소비자의 권익 신장-위상 제고 시발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식사 문화를 중시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 불렀다. 식구는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다. 한 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식솔(食率)을 뜻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가 오순도순 밥상에 둘러앉아 의좋게 식사를 나눴다. 이웃이나 친지를 만나도 건네는 인사말이 ‘식사하셨습니까?’였다.

식사에는 예의범절이 엄격했다. 어른이 수저를 들어야 다른 식구들이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랫사람이 밥이나 반찬에 먼저 손을 댔다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두 눈에서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쭐이 났다. 어른이 드시는 식사는 ‘진지’로, 식사하시는 모습은 ‘먹다’가 아니라, ‘드시다’나 ‘잡수시다’라는 높임말로 표현되었다.

식사 자리는 허기나 달래고 끼니나 때우는 공간이 아니었다. 가족 구성원들 간의 소통 마당이었다. 질서와 나눔, 배려와 이해를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현장이기도 했다. 다른 대다수 민족에서도 유사한 가족식사 문화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핵가족화 추세에서도 이를 지금까지 해오는 집단이 있다. 유대인이다. 그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공동체 최고의 덕목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통한다.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은 자상하고 치밀하다. 식사는 감사의 기도로 시작된다. 가장인 아버지는 아내가 한 일에 감사를 하고 아이들을 축복한다. 아버지가 앉는 자리를 ‘축복의 자리’라 부르는 이유다. 유대인 가정에는 아버지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다른 가족들은 그곳에 앉을 수 없다. 아버지를 가정의 제사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시 식사 때마다 자녀가 잘한 일을 일일이 나열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유대인 밥상머리 교육은 창의적이고 유쾌...결과보다 과정 중시하는 특유한 삶 자세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은 창의적이고 유쾌하다. 부모는 아이가 한 일에 대한 결과를 칭찬하지 않는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잘 한 점을 추어준다. 자녀가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응원을 보낸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특유한 삶의 자세다. 축복과 사랑, 칭찬과 격려로 이어지는 이런 식사 자리가 즐겁지 않을 리 없다.

유대인은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간의 공감대를 넓히고 사랑을 확신한다. 구성원 각자가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소통한다. 밖에서 일하는 가장도 일과 후 바쁜 일이 생겨도 밖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저녁식사 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신도 부모로부터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꼭 그렇게 해야 것으로 믿고 있다.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은 편안하고 느긋하다. 식사 중에는 민감한 화제를 꺼내지 않는다. 잔소리나 훈육조의 가르침을 늘어놓지 않는다. 식탁에서는 부담이 되는 말은 삼간다.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꾸짖을 일이 생겨도 식사 시간이 아닌 때로 미룬다. 식사 자리에서는 혼내는 경우가 없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말은 피하고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려 애쓴다. 아이들 말이라고 중간에 끊는 법이 없다. 끝까지 경청한다.

자녀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로부터 인내심, 예절, 공손, 나눔, 절제, 배려를 배우게 된다. 식사와 교육, 소통과 예배가 따로따로가 아니다. 한자리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가정이 학교이고, 가정교육, 사회활동, 신앙생활이 톱니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유대인 아이들은 어릴 적에 벌써 세계적 인재가 될 준비를 끝내는 셈이다. 이러니 그들의 경쟁력을 감히 범접하기 쉽겠는가.

현장 경험 풍부한 금융전문가 집단의 재능기부 중심이라 더 기대가 크고 믿음도 가

엉뚱한 발상일지 모르나, 밥상머리 교육이 긴요한 곳은 우리의 금융 분야다. 한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이다. 금융거래에서 소비자는 여태껏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푸대접보다도 못한 무(無)대접에 가깝다. 금융의 가용성과 접근성 면에서 공히 불리한 대우를 감내하고 있다. 금리나 상환기간 등 대출조건 결정에서 소비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바에 따르고 있다.

말이 좋아 소비자이지 금융소비자는 소비자도 아니다. 일반 상거래에서 소비자가 누리는 호사는 꿈도 꾸기 어렵다. 처지가 암울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OECD 국가의 현실로 믿어지지 않는다.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기본 법률 하나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관련 법안이 오래 전에 발의되었으나 국회에 장기간 계류 중이다. 심리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워졌던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도 요원해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감독원 소속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 역량 향상을 위한 금융교육은 사실상 방치되어 온 상태다. 일부 금융공급자들이 시늉만 내는 정도에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교육이 시급하나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정부도 팔짱만 낀 채 바라만 보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소비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실시 없이는 공정한 금융질서가 이 땅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따뜻한 금융이니 포용금융이니 하는 화려한 언사만 남발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근 금융인단체가 주관하는 금융해설사 제도가 새롭게 탄생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쌍수 들어 환영할만하다.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현장실무 경험이 풍부한 금융전문가 집단의 재능기부 중심으로 운영된다니 더 기대가 크고 믿음이 간다. 부디 실사구시의 교육으로 금융소비자의 권익 신장과 위상 제고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친김에 민간 자격 수준을 넘어 국가 공인자격으로 어서 빨리 갔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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