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스토리가 올라온다. 꼼꼼히 읽어 보았다. 내가 몰랐던 대목이 많았다. 경영자로서 조양호는 훌륭했다. 무엇보다 검소하고, 일에 철저했다고 한다. 직원들도 잘 챙겼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아내와 세 자녀가 문제였다. 조양호라면 가정도 잘 보살폈을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자식 농사는 잘못 지었다. 조원태․현아․현민 모두 문제가 있다. 셋 다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 유훈을 지키지 위해서라도.
어제 오전 페북에 올렸던 글이다. 그 같은 글을 올리자마자 기사가 떴다. 이들 3남매의 갈등설이 불거졌다는 것. 한진그룹 동일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3남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뒤로 미뤘단다. 총수 별세 이후 새 총수를 유족들이 결정짓지 못해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 발표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사실상의 총수 격인 새 동일인을 놓고 유족들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고 한진그룹 주변에서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상호 납득 가능한 조 전 회장 유족들 간 주식 등 재산 배분을 합의해야 하는 특유의 상황이 총수를 지정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산 다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4%밖에 되지 않는다.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9일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5일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한진그룹이 관련 서류를 내지 못해 공정위는 부득이하게 발표 일정 연기를 공지하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한진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진 측은 기존 동일인인 조양호 회장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조 전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이 새로운 동일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조 회장은 선친 장례식을 치른 지 8일 만인 지난달 24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에 오르며 후계 구도를 다져왔다. 그룹 관계자들도 지금까지 조원태 회장이 새로운 그룹 총수가 될 예정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새로운 총수에 대해 내부 이견이 발생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딸들인 조현아, 현민씨 등이 조원태 회장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들은 “사이 좋게 지내라”라는 아버지의 유언마저 저버리고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이 특이하긴 하다. 형제의 난은 봤어도 남매의 난은 생소하다. 조 전 회장이 생전에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고 갑자기 별세한 까닭이다. 한진가의 여자들은 대가 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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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