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쓸데없는 낙관 버리고 쓸모있는 비관 수용해야
한국 경제, 쓸데없는 낙관 버리고 쓸모있는 비관 수용해야
  • 권의종
  • 승인 2019.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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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에는 ‘하면 된다’는 긍정의 에너지, 비관에는 ‘잘못 되면’이라는 부정의 사고에 문제 바로잡는 힘 있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보는 눈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경제에 대한 시각차가 현저하다. 서로 정반대다. 정부는 일관된 낙관론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이나 경기침체 정도는 개의치 않는 눈치다.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서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기는 하나, 1분기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 점차 회복돼 개선될 거라는 전망이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거시 지표들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자평이다.

지난 해 연말이면 경기가 좋아질 거라던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은 잊혀진지 오래다. 옛말이 되었다. 경제사령탑인 부총리의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성장률 목표치에 대한 수정계획이 없으며, 올해 정부의 목표치는 2.6~2.7%라고 딱 잘라 말할 정도다.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경기를 낙관하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3050클럽' 중 가장 높을 것이라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청와대 메시지도 희망적이다. 3050클럽은 인구 5000만 명,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국가를 뜻하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이에 속한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20년 전 외환위기 직전에도 똑 같은 말을 들었던 지라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정부가 하도 장담하는지라 일단은 안심이 된다. 4천억 달러가 넘는 외화보유액이 건재, IMF 때의 상황과는 판이해 보인다. 30%를 밑도는 단기외채 비율, 부채를 크게 능가하는 대외자산, 한국 국채에 몰리는 외국인 투자 행렬만 봐도 경제가 심각한 지경은 아닌 듯 싶다.

경제를 보는 시각차 현저, 서로 정반대...정부는 일관된 낙관론, 일각에서는 비관론 제기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왠지 께름칙하다. 조짐이 수상하다. 심상찮은 징후들이 산견되고 있다. GDP성장률, 수출, 투자 공히 감소세다.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즉 GDP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3.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5개 분기 만에 맞는 역(逆)성장이다. 중국과 미국이 올 1분기에 각각 6.4%(전년 동기 대비), 3.2%(연율)로 성장한 것과는 극명한 대비다.

철석같이 믿어온 수출마저 늪에 빠져있다. 4월까지 수출이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기에 비해 수출은 –2.6%, 수입은 –3.3%로 모두 감소했다. 투자 또한 뒷걸음질이다. 설비투자는 –10.8%, 건설투자는 –0.1% 줄어들었다. 특히 설비투자는 IMF 사태 이후 최저 기록이다. 설상가상으로 주택건설과 토목건설도 부진을 면치 못고 있다.

2분기 성장 전망도 어둡다. 별로 달라질 기색이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속속 발표되는 우울한 지표들이 이를 반증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공히 역대 최장 10개월째 하락세다. 각각 98.5, 98.2를 기록, 전월 대비 0.1포인트씩 떨어졌다. 지금도 경기가 안 좋지만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예보다. 3월 들어 산업별 주요 지표가 디소 개선되었지만 경기가 하강 기조에서 탈출했다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료가 말하고 현실이 보여주듯 당면한 경제 여건이 녹녹치 않다. 앞으로 경기가 정부의 예측대로 살아날지, 아니면 일각의 반론대로 어려워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며, 현재로서는 오직 신(神)만이 알 뿐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의 예측이 맞느냐가 아니다. 부질없는 논쟁으로 허송세월하는 현재의 모습이 문제다. 정책은  타이밍인데 그러다 대책 마련에 실기할까 걱정이다.

지나친 낙관도, 정도 넘는 비관도 걸림돌...정부, 납득할 만한 설명부터 국민 앞에 내놔야 

소모적 논쟁은 당장 걷어치우는 게 낫다. 지나친 낙관도 도움이 안 되지만, 정도에 넘는 비관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성장 둔화와 경기 부진을 온전히 외부 여건 탓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일련의 경제지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부터 국민 앞에 내놔야 할 것이다.

쓸 데 없는 낙관을 버리고 쓸모 있는 비관을 받아들여 스스로 다그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해서는 산적한 난제 해결은 고사하고 현상 파악조차 곤란하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귀를 활짝 열고 누구와도 열린 소통을 마다치 않아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상반된 시각이나 대립된 주장에서도 최선의 해법을 이끌어내는 명철함이 긴요하다.

모든 걸 정부책임이나 정책실패의 잘못으로 돌리려는 처사도 온당치 못하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근거 없는 막연한 단정보다 구체적 근거와 생산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올바른 태도다. 잘못된 줄 뻔히 알면서 ‘우긴 김에 우기는’ 식의 접근으로는 누구의 공감도 얻어내기 힘들다. “낙관적인 사람은 고난에서 기회를 보고, 비관적인 사람은 기회에서 고난을 본다”는 처칠의 충고를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난제 해결에는 낙관과 비관 모두가 필요하다. 양 쪽에는 각각 단점과 함께 장점과 순기능이 들어 있다. 낙관에는 ‘하면 된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어 여기에 집중하면 발전과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비관에는 ‘잘못 되면’이라는 부정의 사고에 근거해 문제를 바로 잡고 대안을 만들어내는 힘이 존재한다. 능력자에게는 버릴 게 없다. 세상만사 다 자기하기 나름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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