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메가톤급 파장이 불가피해서 누구도 쉽게 공론화에 나서지 못하면서 수면아래서 설왕설래만 오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혀 검토 안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으나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심기준 의원은 다음 달 13일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원욱 의원 측은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때가 됐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장단점이 분명히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명확히 나아갈 방향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한 국가에서 사용하는 모든 은행권과 주화에 대해 실질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같은 비율로 낮춰 표현하거나 이와 함께 화폐의 호칭을 새로운 통화단위로 변경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식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로 표시되는 금액이 점차 증가하는데 따른 계산, 지급, 장부 기재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된다. 그러나 ATM기기 변경과 화폐 변경에 따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경제주체들의 불편과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단점도 있다. 참여정부 때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는데, 당시 한은은 리디노미네이션에 필요한 직접 비용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경제수장들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에 선을 그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리디노미네이션은 정부가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입장에서 지금 논의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충격도 크고 국민적 공감대와 사전 연구도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뒤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거론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리디노미네이션 논쟁은 지난달 25일 이주열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이후 이 총재는 원론적인 언급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경제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이는 정치권에서 맡는 게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1953년에는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수습을 위해 100원을 1원으로, 1962년에는 경제개발 재원의 확보를 위해 10원을 1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2000년대 후반에도 10만원권 발행을 앞두고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점화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