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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공적 연금 총체적 부실...정부는 제도 혁신 서둘러라
사적·공적 연금 총체적 부실...정부는 제도 혁신 서둘러라
  • 권의종
  • 승인 2019.04.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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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연금 고갈, 사라지는 노후 보장...금융사도 수수료 낮추고 투자 역량 높여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민의 노후·은퇴 설계에 비상이 걸렸다. 190조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난해 고작 1.01%다. 낮아도 너무 낮다. 역대 최저치다. 작년 물가상승률 1.5%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정기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 급락의 영향이 컸다. 주식형 펀드로 운용되는 실적 배당형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예·적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된 자금의 수익률도 1.56%에 그쳤다.

비단 작년만의 일도 아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6년 이후 3년째 1%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2017년, 2018년 연속 투자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실질수익률이 2년 내리 적자 신세다. 국제 비교를 해봐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2013~2017년 퇴직연금의 연 환산 수익률은 2.3%로 같은 기간 OECD 29개국 평균치인 3.8%에 한참 못 미친다.

2005년 도입이후 15년째 운영돼 온 퇴직연금의 존재 이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만큼 안정적 사업도 없지 싶다. 일단 연금 사업자로 지정만 되면 매년 적립금이 꼬박꼬박 쌓이고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늘어난다. 수익이야 나든 말든 신경 쓸 바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배불릴 수 있는 속편한 장사다.

그럴수록 기업은 속상하다. 연율 1% 남짓한 쥐꼬리 수익을 바라보고 굳이 비싼 수수료까지 물어가며 퇴직연금에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 기업이 직접 정기예금이나 국공채 등에 투자해도 퇴직연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190조 퇴직연금 수익률 고작 1%...15년째 운영돼온 퇴직연금의 존재 이유 뿌리째 흔들려

국민연금의 사정도 딱하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57년이면 연금이 고갈될 거라는 추정이다. 그때 가면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최근 들어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고 일자리 감소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기금 소진 시점이 더 앞당겨질 거라는 불길한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보험료를 더 거두기도 어렵다. 국민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연금지급률도 더 낮출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낮추면 노후 대책은커녕 용돈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 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가 있자 복지부장관이 4가지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그중 제1안이 '현행 유지'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운용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는 대통령의 주문도 말처럼 쉬울 리 없다. 지금 세대의 눈에 맞추다보면 미래 세대의 눈높이에 어긋날 수 있다. 연금을 불입할 뒷 세대가 돈을 못 내겠다고 나올 공산이 크다. 그렇잖아도 국민연금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판이다. 돈 낼 사람이 없어지게 되면 연금 제도는 파탄을 모면하기 어렵다.

국민연금공단의 자율성 침해도 걱정거리다. 공단 이사장은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로 채워졌다. 기금운용본부장은 현재 장기 공석인 상태다. 본부가 전주로 이전하자 연금운용 전문가들이 대거 조직을 떠났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연금운용 수익률 저하와 무관할 리 없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변명에 공감할 자 많지 않다.

국민연금은 모름지기 재무적 투자자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게 맞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충실하게 관리하는 책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정작 기금 운용수익률은 제대로 건사치 못하면서 투자기업의 경영에 개입,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양새는 국민 눈에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군인-사학 연금도 부실 가속화...‘저수익 고비용’→‘고수익 저비용’ 구조로 바꿔야

공무원연금은 존립 기반이 무너진 지 벌써 오래다. 1993년부터 적자였다. 적립금이 바닥나면서 2000년 정부가 보전(補塡) 조항을 만들었다. 정부가 매년 예산으로 충당해오고 있다. 군인연금의 사정도 다를 바 없다. 가입자가 적어 주목이 덜할 뿐, 1973년부터 적자였다. 국방부 예산으로 계속 채워지고 있지만, 직업의 특수성을 내세워 개혁은 시도된 적도 없다.

1975년 도입되어 운영돼온 사학연금의 부실화가 가장 빠를 것 같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교직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연금 수급자는 많아지고 보험료 낼 사람은 적어지고 있다. 근자에 와서는 명예퇴직자가 늘면서 연금을 몇 년 더 내야 할 가입자들이 조기 퇴직, 연금을 앞당겨 수령하는 바람에 기금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적연금, 공적연금 할 것 없이 어느 하나 성한 게 없다. 공히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누가 하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부실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약간 손질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고질적인 ‘저수익 고비용 구조’를 혁신적인 ‘고수익 저비용’ 구조로 확 바꾸지 않고는 답이 없다.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폭발하고 만다.

정부만 책임질 일은 아니다. 금융회사는 수수료를 낮추고 걸맞은 투자 역량을 보여야 한다. 정부도 ‘자동투자제도(디폴트옵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 과감하고 신속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연금소득세를 인하하고 투자를 가로 막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필요하면 퇴직 시기도 조정하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도 검토해야 한다. 연급수급자도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마땅하다. 각자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해야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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