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섣부른 금감원의 취업제한 완화
아직은 섣부른 금감원의 취업제한 완화
  • 정종석
  • 승인 2019.02.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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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언감생심'...최종구 금융위원장-윤석헌 금감원장 현실 직시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지난 2011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사전 예고없이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간부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및 금융 비리에 금융감독원 직원도 개입한 것과 관련, "여러분은 금융감독을 한다는 입장에서, 금융감독을 받는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면서 나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은 신용과 신뢰과 떨어지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신용이 생명인데 신용으로 감독하는 기관이 신용이 추락하면 이것은 중대한 위기이고 모든 금융 산업과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친·인척 명의로 교묘하게 건설사를 세워 부산저축은행 5개 계열 저축은행에서 무려 5조원을 불법 대출했다. 그러면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배당금과 월급을 꼬박꼬박 챙겼고 심지어 대주주 개인 빚까지 은행이 대신 갚았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예금자들이 떠안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고객 돈 2800억원은 고스란히 떼이고 말았다.

더 허탈한 것은 금감원의 허술한 감독 체계였다. 금감원이 넉 달이나 부산저축은행에 상주하며 감사를 했는데도 비리를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주주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할 감사는 오히려 임원회의에 함께 참석해 내놓고 범죄를 공모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른바 '복마전‘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객들의 원성이 높았다. 이들의 파렴치한 비리 행각은 서민들의 피땀어린 돈을 제 돈 주무르듯 마음대로 갖고 놀면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을 ’금융강도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근 금융감독원 퇴직자들 취업제한 규정 완화 움직임

정부가 최근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취업제한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금감원 취업제한 대상에 4급 선임조사역까지 포함되는데 이는 공무원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등 금감원 수뇌부도 인사혁신처를 비롯한 정부 기관을 방문, 취업제한 완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취업제한 규정 완화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과거 저축은행 비리사건에서는 금감원과 임직원 자체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금감원 인사들이 영업정지 정보를 유출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따라서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비리 못지 않게 금감원의 비리와 불법 묵인이 문제시됐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에게는 말 그대로 상전이다. 금감원에 잘못 보였다가는 본전도 못찾는다는 말이 나오기 일쑤다. 금융감독기관과 금융회사는 태생적으로 갑과 을의 종속관계이다. 이들 간의 비리 또한 오래 전부터 구조적으로 잠복해 있던 것이다.

문제는 당시 금감원과 저축은행 간의 비리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비리라는 지적이었다. 금감원이 그간의 경륜과 경험을 갖고 비리에 합세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급료를 받고 공직에서의 경험을 은퇴 이후 나쁜 관습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금융스캔들이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 직원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 왔다.2000년 ‘정현준 게이트' 때는 금융감독원 국장이 연루되어 자살했고, 2007년 ‘제이유 사건’때는 제이유 회장에게 사채를 빌려주도록 알선한 금감원 직원이 구속됐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그전 1년간 퇴직한 금융감독원 간부 38명의 재취업에 평균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금감원이 퇴직 후보자들에게는 퇴직 전에 취직하려는 기업과 무관한 업무를 일정기간 맡기면서 이른바 보직세탁을 시켜주었다. 그 결과 금감원 전-현직의 비리가 개인비리가 아니라 ‘기관비리-조직비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저축은행 비리사건, 7년여 지났지만 금감원 달라졌다는 구체적 증거 없어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단순한 개인비리 차원이 아닌 금감원 내부의 조직적 ‘부패’ 문제로 수개월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금감원은 ‘금융경찰’로서의 자신들의 ‘밥그릇’을 검찰에 내준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금감원의 기능은 건전성 감독을 통하여 금융 시스템의 공신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금감원 직원 1700여명은 형식상 민간인 신분이지만 공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 공직자로서의 윤리의무를 지키도록 돼 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 직원들에게는 권한 만큼이나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책임성이 요구된다. 아울러 건전한 금융 감독 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는 엄정한 규명과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의 비리와 부당행위가 끊이질 않았던 것은 퇴직 후 금융회사의 감사나 주요 보직으로의 이직이 관행처럼 굳어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도 각종 금융협회장과 감사 등 임원진에는 옛 재무부나 금융위 출신 등 이른바 모피아-금피아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금융사로의 이직 후에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는 커녕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사를 보호해 주는 로비스트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협회들로서는 관을 이어줄 끈이 필요하다면서 관피아 출신들을 선호한다. 공공연히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구조가 연출되는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터진지 7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지만 금감원이 달라졌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금감원의 감독 권한을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등으로 대폭 분산시키든지 금융위원회와 감독기구를 일원화시키는 방안 등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저축은행 비리를 접했던 시민들은 아직도 금감원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다. 금감원 직원들의 취업제한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정과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관건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취업대란 속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재취업 비리 사건으로 공직사회에 세간의 여론이 좋지 않다. 세월호 사건으로 강화된 공직자의 취업제한 완화 문제를 현 정부에서 쉽게 꺼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재취업 완화를 바라기 전에 먼저 해묵은 비리구조에서 환골탈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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