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경제학'...文 정부 경제정책도 레깅스처럼 신축적이어야
'레깅스 경제학'...文 정부 경제정책도 레깅스처럼 신축적이어야
  • 권의종
  • 승인 2019.02.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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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희망 주려면 정책 획일성부터 손봐야...수정이나 보완은 정책 실패 아닌 개선 조치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레깅스(leggings) 패션이 유행이다. 신체 하부에 입는 바지와 비슷한 옷을 말한다. 신축성 좋은 소재를 써서 몸에 꼭 맞는다. '쫄쫄이'로 불린다. 국립국어원이 순화어로 '양말바지'를 제시했으나 업계와 소비자들 간에는 원어 용어가 더 통용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동복이나 요가복 정도에 그쳤으나 근자에 이르러 평상복으로도 애용되는 추세다.

레깅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평상복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청바지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7년 레깅스 수입량이 2억장을 넘기며 사상 최초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는 소식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해 레깅스를 소비 패턴을 반영하는 물가상승 지표에 추가했을 정도다. 소비자 구입이 많은 보편적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향후 수요도 꾸준할 거라는 전망이다. 국내 의류업체는 침체한 패션시장에 활력을 불어 줄 차세대 유망주로 레깅스를 꼽는다. 일상에서 입는 운동복을 뜻하는 애슬레저(athleisure)의 대표 상품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애슬레저 시장규모가 2009년 5000억 원 수준에서 2020년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7조1600억 원이라는 경이적 실적을 기록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2017년 4조5000억 원 규모로 급감한 것과 극명한 대조다.

활동성과 실용성이 레깅스의 인기 요소다. 쭉쭉 늘어나는 탄력성이 큰 장점이다. 용도나 체형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잘 맞는다. 스판덱스로 제작되어 부드러운 촉감과 신축성을 자랑한다. 스판덱스는 폴리우레탄이 주성분으로 고무줄에 비해 가볍고 강도가 3배나 된다. 원래 길이의 5~8배나 늘어나고 본래의 탄성을 유지하는 특성이 탁월하다. 레깅스가 허리부터 다리까지 전체적으로 라인을 예쁘게 잡아주고 착용감이 아늑하다는 극찬을 받는 이유다.

레깅스서 얻는 시사점...탄력성 커 용도·체형 구분 없이 모두에 잘 맞아

경제 정책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레깅스처럼 신축적이고 유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황에 따라, 업종에 따라,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제도나 정책이 신축적으로 설계되고 유연하게 운영되었으면 한다. 국민적 불신과 사회적 논쟁의 상당 부분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데서 비롯되는 바 크다.

완벽한 정책은 없다. 정책이 설계될 당시 모든 상황이 빠짐없이 고려되기는 불가능하다. 만인의 이해를 충족시킬 대안은 존재하기 어렵다. 최선의 노력으로 현실에 부합되는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추후 미흡한 부분이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기면 바로잡으면 된다. 수정이나 보완은 정책실패가 아니다. 개선을 위한 필수조치에 해당한다. 한번 결정되면 고치지 않으려는 아집이 더 큰 문제다.

그런 점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에 관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노사정 합의는 의미가 크고 깊다. 대통령의 개선 의지가 출발점이 되었던 점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작년 11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약속했다. 노사 합의로 방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내 달라며 요청했다. 경사노위는 석 달 간 9차례 전체 회의와 수십 차례 비공식 회의를 진행하면서 입장 차를 좁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큰 박수감이다.

현행 최장 3개월이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근로자의 과로를 막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계가 요구한 건강권과 임금 보전, 도입요건 완화 방안도 일괄 타결됐다. 일감이 많다는 이유로 장시간 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1시간 연속 휴식하는 방안도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은 2003년 이후 16년만이다.

경제정책도 신축성-유연성 높여야...'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는 칭찬감

노사가 한발 씩 양보함으로써 산업현장의 초미 관심사가 해결될 수 있었다. 이토록 잘 할 수 있는 일을 여태껏 부질없는 논쟁으로 소일해 왔던 게 아쉽고 속상하다. 지난 얘기지만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라는 기구 없이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노사가 진즉 머리를 맞댔으면 더 빨리 합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잃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소득도 없지 않다.

유연한 사고만 가지면 어떤 현안도 너끈히 해결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인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도 이런 자세로 접근하면 된다. 대통령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초청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호소를 듣고, "미안하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주무 장관도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정책 보완에 힘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긍정적 시그널이다.

작년과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된다면 내년부터라도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폭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천양지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업종별, 업체별, 지역별 상황을 최대한 감안, 차등 폭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실질임금은 보장하면서 일자리를 보전하는 최선의 해법을 찾는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종전처럼 정부나 노사가 자기 입장만 내세우면 곤란하다. 상대방 탓을 되풀이하는 식이면 해법이 나올 리 없다.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투자는 꽁꽁 얼어붙고 일자리가 줄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1%포인트나 낮은 저성장이 이어질 불길한 조짐이다. 꽉 막힌 경제에 희망을 주려면 정책의 획일성부터 고쳐야 한다. 신축성은 레깅스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정부 정책에 더 긴요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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