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이 코이비토(白い恋人/하얀 연인)’ 쿠키에 숨겨진 일본식 경영의 비밀
‘시로이 코이비토(白い恋人/하얀 연인)’ 쿠키에 숨겨진 일본식 경영의 비밀
  • 권의종
  • 승인 2019.02.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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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후•미•촉각의 오감(五感) 만족이 성공경영의 핵심 요소...작은 정성이 큰 차이 만들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일본 관광업계가 초호황이다. 올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가 3천500만 명을 넘을 거라는 추산이다. 3천만 명을 돌파한 작년보다 12.3% 많다. 한국이 금년 중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로 잡은 1천800만 명의 2배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도 외국인 관광객 목표치를 4천만 명까지 늘려 잡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방일 외국인 여행자가 622만 명으로 급감했던 것과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은 2기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한 2012년 12월부터의 전후(戰後) 최장기 경기확장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지난 2002년부터의 지속된 ‘이자나미’ 경기를 능가한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을 국적별 분류를 보면 중국인 25.6%, 한국인 24.9%, 대만인 15.9%로 각각 1~3위를 차지한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도 덩달아 늘고 있다. 화장품, 의약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일본산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부는 재고가 없어 못 팔 정도다. 이런 와중에도 일본 면세점 매출 1위는 의외의 품목이다. 43년 역사의 홋카이도에 소재한 이시야 제과에서 생산되는 과자다. ‘하얀 연인’이라는 뜻의 시로이 코이비토(白い恋人)라는 쿠키가 주인공이다.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귀국길에 너나없이 쇼핑백을 가득 채워 들여온다. 그런지 벌써 오래다.

인기몰이의 비결은 소비자 감성을 자상하게 보살피는 일본식 경영에 기초한다. ‘고객만족’ 경영에 답이 있다. 우선 이 과자에는 ‘멋’이 살아있다. 시각(視覺) 만족 면에서 단연 압권이다. 뽀얗고 얄팍한 쿠키 사이에 납작한 초콜릿이 끼어있다. 얼른 봐도 먹음직스럽다. 바삭하고 자그르르해 보이는 쿠키와 달달해 보이는 초콜릿 외양이 소비자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날개 단 일본 과자, ‘하얀 연인’(白い恋人)...소비자 감성 자상하게 보살피는 일본식 경영에 뿌리

감성적 명칭도 호기심 발동의 또 다른 요인이다. 12월의 거리에 눈이 아름답게 내리던 어느 날. 스키를 즐기고 돌아오던 창업자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어”에서 과자 이름이 유래되었다. 다분히 작위적 느낌이나 어쨌건 소비자에게 잘 먹히고 있다. 스위트한 초콜릿을 부드러운 쿠키 사이에 끼워 부드러움과 추억이 가득 차있는 과자라는 낯간지러운 자평이 상자 안에 적혀있다.

홋카이도 기념품답게 이름과 상자 디자인이 한껏 겨울 분위기를 뽐낸다. 브랜드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삿뽀로에 테마파크와 박물관까지 세웠다. 제품의 역사와 더불어 과자, 초콜릿, 케이크 제조 과정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통해 충성고객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물건도 팔고 관광 수입도 챙기는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비즈니스 모델로 대성공을 거뒀다.

‘평’이 좋다. 소문이 괜찮다. 청각(聽覺) 만족을 위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소비자 반응도 찬사 일색이다. SNS 마케팅에서 ‘강추’가 이어진다. 일본 오가는 인편에 구매를 부탁하거나 해외직구를 동원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다. 손님이 손님을 부르는 광속의 입소문 마케팅이 주효했다. 파리가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졸지에 천리행군을 성취하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코’가 즐겁다. 냄새가 좋다. 후각(嗅覺)도 매출 확대에 한몫 중이다. 달콤하게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입맛을 당긴다. 쌉싸름한 커피 향기와 어우러지면 제법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과자를 한입 베어 물면 일상에서 찌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는 홍보 문구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왜 더 사오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관광객이 늘게 하는 고객 친화적 전략이 그럴듯하다.

일본 기업이 하는 일 우리가 못할 리 없어...전통산업을 재래업종으로 경시하는 사고방식이 문제

‘맛’이 있다. 미각(味覺) 만족도가 후한 편이다. 두 장의 쿠키 사이에 화이트 초콜릿 혹은 밀크 초콜릿이 들어있어 달지 않고 고급스러운 맛을 창조한다. 동종 제품들에 비해 부드럽고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실온에서 부드럽게 반죽 버터와 동량의 설탕을 맞추고 밀가루, 달걀 흰자위, 바닐라 추출액을 첨가한 레시피의 성과다.

‘필’(feel)도 최고다. 촉각(觸覺)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일본제품 아니랄까봐 포장부터 미려하다. 실제로 포장 디자인이 맘에 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급스런 포장지가 부드럽게 손끝에 감긴다. 낱개 포장으로 하나씩 먹기에도 편리하다. 포장마다 뜯기 쉽게 설계되었다. 종이 포장지를 벗기면 나오는 스티커 씰을 뜯어도 과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박스에 정성스레 담겨있다.

일본식 경영이 정답은 아니나 배울 점은 많다. 작은 과자 하나에도 경영의 진수가 숨어있다. 기업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일본의 지방기업이 하는 일을 한국 기업들이라고 못 해낼 리 없다. 전통산업을 한물 간 재래업종 쯤으로 여기는 고루한 사고방식이 패인이다. 중후장대 산업이나 고난도 첨단업종만 미래 산업이 아니다.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작은 정성과 세심한 배려가 큰 차이를 만든다. 나아가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굳어진다. 결국은 소비자 만족이 관건이다. 시•청•후•미•촉각의 오감(五感)만족이 성공 경영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구태여 생물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눈의 망막, 귀의 달팽이관, 코의 비점막, 혀의 미뢰, 피부를 자극, 크고 작은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디테일이 전부다. 모든 게 노력하기에 달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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