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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소원한다
새해에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소원한다
  • 이도선
  • 승인 2018.12.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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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 칼럼] 무술년(戊戌年)이 저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2018년 역시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였으니 보내는 소회야 예년과 별반 다를 게 없으나 2019년을 맞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훨씬 앞서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제 겨우 집권 2년차의 절반을 넘겼을 뿐이건만 정권 말기적 사건이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터지는 형국이다. 입으로만 ‘20년 집권론’을 읊조릴 뿐 실제 행동은 ‘이 정권으로 끝날 게 뻔하니 그 전에 한탕 챙기자’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수사관과 청와대의 진실 공방은 압권이다. 최고 권부가 주사(6급)와 옳으니 그르니 하며 치고받는 궁상은 참으로 딱하다.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인신공격도 하고 ‘개인의 일탈’로 몰아도 봤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세등등했으나 광범위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사태는 문재인 정권 들어 첫 청와대 압수수색과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폭로 등으로 이어지며 일파만파 번지고 있어 초대형 추문으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청와대가 허둥지둥 쏟아내는 군색한 변명들은 상황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의혹을 증폭시켰을 뿐이다. 불순물이라던 사찰 첩보는 돌연 “정책 수립을 위한 로데이터(raw data, 원시 자료)”로 둔갑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대통령과 청와대비서실을 감찰하는 특감반이 정책 자료를 수집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사찰이 최근까지 이뤄졌는데도 엉뚱하게 전 정권 탓으로 돌리며 사찰 첩보는 폐기하고 김 수사관을 제재했다는 것도 영 미덥지 않거니와 감찰과 사찰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대목에선 어안이 벙벙해진다. 다른 특감반원들의 사찰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세월호 유족 사찰을 자백하라며 전 기무사령관을 닦달해 끝내 자살로 내몰아 놓고 뒤로는 자기들이 사찰을 자행하고 있었다니 어처구니없다. 그러고도 유전자 운운하는 오만한 말장난으로 정권의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전 정권 인사들은 없는 죄까지 만들어 잡아넣으면서 같은 편의 비리는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제식구감싸기가 끔찍한 덕분에 러시아 주재 대사와 도로공사 사장은 이런저런 비리 의혹에도 끄떡없다.

새해 경제도 정치 못지않게 암울하다. 일자리가 늘어날 기미는 없고 성장률은 더 떨어진다는 어두운 전망 일색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기업들이 임금을 더 주고라도 사람을 데려오려고 난리라는데 자칭 ‘일자리 정부’에서 ‘고용 절벽’이 웬 말인가. 아마 그 원인도 제식구감싸기에서 찾아야 할 게다. 문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명사인 ‘붉은 깃발론’을 들고나올 때만 해도 ‘뭔가 달라지려나’ 했으나 몇 달 안 돼 말짱 도루묵이 됐다. 정권의 최대 지지 세력인 노조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권 내 강경파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보완책을 주문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유급휴일도 근로시간에 산입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의 실제 최저임금 인상 폭은 올해(16.4%)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게 생겼다. 대통령이 모처럼 여야 5당과 합의한 탄력근무제 확대도 흐지부지됐다. 새해부터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에 유급휴일까지 겹친 삼중 폭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을 줄이든, 외국으로 나가든, 그도 저도 아니면 문을 닫든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실업률은 올라가는 소이다.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아서든, 아니면 대통령이 희망고문으로 국민을 대놓고 우롱해서든 나라 돌아가는 꼴이 엉망인 것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당시 “이게 나라냐?”는 선동적 구호로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지금은 본인이 똑같은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처지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정부라면 국민에게 고통이 아니라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게 혈세를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상식이다. 기해년(己亥年)이 얼마 안 남았다. 새해에는 제발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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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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