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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입방안 입안자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전기수입방안 입안자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 장태평
  • 승인 2018.12.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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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한전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수입방안을 검토해서 충격을 주었다. 야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폐해가 전기 수입이라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나오게 되었다며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수입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참사에 가까운 사태다. 그러나 좀 더 숙고해 보면, 이렇게 전기수입방안을 생각하게 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결국 장기적으로 전력부족 상태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주장하고 있다. 담당자로서 이런 미래의 재난을 좌시할 수 없어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궁색하지만 이런 수입방안이라도 궁리해 본 것이다. 이는 위정자들에 대한 재난경보의 의미도 있다.

이 궁색한 방안은 우리와 안보상 껄끄러운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절대적 도움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마찰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 영토에 설치된 송전망 운영권 확보가 가능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오히려 방안이 안 된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공급하는 러시아는 유럽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가스를 끊겠다.'고 위협한다. 1948년 5월 14일 북한정권은 갑자기 남한에 전기 공급을 중단해서 남한을 어렵게 만들었다. 늘 껄끄러움이 있는 국가들에 우리의 명줄을 쥐어 주는 위험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이 전기수입 방안을 제기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전기의 중요성을 아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전력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수단이고 기간산업에 해당한다. 섬유, 석유화학, 철강, 제련, 기계, 반도체와 통신, 철도 등 어느 산업에서나 전기의 중요성은 막중하고 그 원가비중도 크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은 전기료가 비싸진다면, 국제경쟁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전기요금이 5% 인상된다면, 소비자물가가 0.2% 상승하고, GDP가 0.2% 감소한다고 한다. 전력은 국가산업과 국민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우리 선배들이 그렇게 전기산업에 열정을 기우렸던 것이다. 그러니 전기가 부족한 미래에는 수입을 해서라도 이런 역할을 차질 없이 해야 한다고 후배로서 부르짖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들은 경제적 마인드가 확실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막대한 송전설비 비용과 안보 위협을 무릅쓰고도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의 저렴한 발전 단가를 들었다. 이들의 전망은 중국 산동의 발전 단가가 2025~2054년 1kWh당 평균 약 60원으로 이 기간 우리나라의 102원보다 42원 싸고, 러시아는 47원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경제 원리에 입각한 옳은 생각이다. 이 예시의 행간도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50원 정도면 생산할 수 있는 국내원전을 버리고 100원이 넘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서 발전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에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읽을 수가 있다.

설사 원전폐기가 맞다 해도, 아직 우리는 독일을 모델로 따를 만큼 넉넉한 국가가 아니다. 산업경쟁력 측면이나 국력 측면에서 뱁새가 황새걸음을 흉내 내는 격이다. 모든 나라가 다 하는 원전을 왜 우리가 앞장서 포기해야 하는가. 원전산업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산업이었다. 시야가 좁은 일부 극렬 환경론자들의 선동에 빠진 문재인정부가 안타깝기만 하다. 재생에너지가 고비용일뿐만 아니라 더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한다. 우리가 전기를 수입하려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석탄과 원자력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우리에게 수출하려고 우리와 가까운 산동성이나 국경지역에 발전소를 지으면 우리에게는 위험이 없는 것인가. 지구 환경에는 도움이 되는가.

전력산업의 중요성을 역대 정부가 견지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저렴한 전기를 자급자족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전체 발전량의 30% 정도를 담당하는 원전의 기여가 컸다. 원전은 국산에너지원이나 다름이 없다. 연료비 비중이 5-6% 정도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는 모두 국내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의 위험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험비용은 전체비용의 4% 정도 된다고 한다. 자동차사고로 피해가 많으니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는 것이나 같다.

모든 나라가 용인하는 위험요인을 공포화 하여 미래산업을 고사시키고, 자급자족하던 국가기간산업을 외국의 손에 넘겨주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로마제국의 멸망이 외국인 용병제도에 있었다는 말도 있다. 전기수입은 에너지 속국의 지름길이다. 위정자들이 전기수입 입안자들의 마음속에 억눌려 있는 절규를 지혜롭게 듣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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