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코레일 사고는 '재앙'의 씨앗...이러고도 IT선진국인가
KT-코레일 사고는 '재앙'의 씨앗...이러고도 IT선진국인가
  • 권의종
  • 승인 2018.12.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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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프라 ‘근본대책’ 촉구하는 경보음...철저한 ‘유비무환’으로 허망한 ‘무비유환’ 반복 막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은 IT강국이다.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가 맨 먼저 상업용 5G 주파수를 송출했다. 이번에 개시된 5G 서비스는 기업 대상이라 일반 고객이 체감하려면 5G 전용 스마트폰이 출시될 내년 3월까지 기대려야 하는 게 아쉽긴 하나, 선진 열강을 제치고 상업화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국가적 쾌거이자 국민적 자랑거리다.

1984년 1세대(1G) 이동통신 이후 34년만이다. 이동통신은 그동안 5번의 세대 진화를 거쳐 왔다. 1G는 차량전화 서비스 ‘카폰’이 처음이다. 2세대(2G) 이동통신은 1996년 상용화했다. 휴대폰 대중화의 시작이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2G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음성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3세대(3G) 이동통신은 2003년 개막되었다. 영상통화와 로밍이 보편화했다. 4G는 우리나라가 만든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와 WCDMA에서 발전한 롱텀에볼루션(LTE)이 경합했다. 스마트폰 세상을 만들어냈다. 5G는 별다른 기술 경합 없이 LTE와 함께 사용하는 NSA(Non-standalone)표준을 적용했다.

진화 간격은 짧아지는 추세다. 1G에서 2G로 전환은 12년이 걸렸지만, 4세대(4G) 이동통신에서 5G로 전환은 7년밖에 안 걸렸다. 5G의 전송 속도는 LTE의 최대 20배인 20Gbps에 이르고, 한꺼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도 100배 크다. 지연 속도는 1ms(0.001초)로 LTE 대비 100분의 1로 줄어든다. 고화질(HD)급 2GB 동영상 정도는 0.8초면 다운로드가 끝난다.

5G 시대 개막 경사, 아현 통신구 화재로 빛 바래...KT 전국 통신망 절반이 백업(Backup)회선 없어

호사다마일까.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생기곤 한다. 5G 시대 개막의 경사가 KT 서울 마포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수십만 전화회선과 광케이블 세트가 불타면서 인근 지역의 경찰서와 소방서, 병원 내 통신이 두절되었다. 카드결제기가 먹통이 되면서 동네 슈퍼와 음식점, 가게들이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인근 지역 KT 통신망 이용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치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초연결’ 사회의 ‘초공포’ 참사였다. 대대적인 축하와 심심한 노고를 치하해야 할 시점에 하필 이런 일이 터지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보여주는 관계 당국의 대응은 가히 실망 수준이다.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사고 직후 관할 경찰서는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예단하는가 하면, 주무 장관은 “복구와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부터 밝혔다. 원인 규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대책부터 내놓았다. 앞뒤가 바뀐 주먹구구식 접근이다.

경악할 일은 따로 있다. KT의 전국 통신망 허브 중 절반이 백업(Backup) 회선이 없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방치되어 온 셈이다. 만약 이번 일이 계획적인 테러에 의한 것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실제로 이번 사고로 수십 개의 군 통신망이 불통되어 ‘전시 청와대 지휘망’까지 마비되었다. 유선 백업도 없는 섬뜩한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시설에 백업조차 없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백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통신망을 이중으로 깔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고 안 하거나 미룰 수 없다.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비용절감이 가능한 방법도 있다고 한다. 최적의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함에도 이런 일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게 문제다. 자동차 운전도 보험 없이는 곤란한데, 백업장치도 없이 나라가 통치되고 있다니. 이런 안전 불감이 없다. 경악할 노릇이다.

백업 부재, 대책 부실, 안전 불감이 빚은 ‘3불(不) 적폐’...재발 방지 근본대책 마련의 호기 삼아야

사용자 실수, 컴퓨터 오류, 바이러스, 정전 등으로 원본이 손상되거나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원본을 미리 복사해 두는 백업.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상치 못한 재해나 사고, 사용자의 잘못 등으로 인해 자료가 없어지거나 손상될 우려는 항시 존재하게 마련이다. 같은 내용의 자료를 미리 다른 장소나 매체에 복사해 둠으로써 원래 자료가 없어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백업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재난 대응능력도 믿음이 안 간다.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부산을 떨곤 한다. 미리미리 대비치 못하는 습성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중의 하나다. 최근 강릉선 KTX 탈선사고가 그런 전형적인 사례다. 1차 조사결과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자 그제야 국토부가 시설점검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 지하철 등 22개 기관의 선로전환기와 신호제어설비의 적정시공과 유지관리 점검에 허둥대고 있다.

사망자까지 발생한 일산 백석동 온수관 파열 사고 또한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사고 후 지역난방공사의 호들갑이 유별나다. 사고가 난 수송관 구간 연결부 용접부위와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개소 온수관을 즉시 보강 또는 교체를 서둘러 발표하고 나섰다. 빠른 행동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에 해야 했을 일을 하면서 앞뒤 안 가리고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또한 상책은 못된다. 급할수록 진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봤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아닌가.

백업 부재, 대책 부실, 안전 불감이 빚어낸 ‘3불(不) 적폐’는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응급처방이나 긴급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재발 방지를 담보할 근본대책이 긴요하다. 이번만큼은 시간이 가도 유야무야로 얼버무려져서는 안 된다. 비록 소는 잃었지만 더 많은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손봐야 한다. 잘못된 대응은 재발을 부르게 마련이다. 철저한 유비무환으로 허망한 무비유환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그게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 살기가 평안한 국태민안(國泰民安)에 이르는 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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