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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굴지의 대우건설이 ‘태어나지 말아야 할 기업’이라고??..“
“이동걸 산은 회장, 굴지의 대우건설이 ‘태어나지 말아야 할 기업’이라고??..“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12.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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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회장의 경솔한 ‘한마디’에 날아간 불황기 대우건설 ‘1조원의 꿈’...취임 15개월 지났어도 ‘전임자 타령’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국정감사 당시 KDB생명을 인수해서는 안 되는 회사라고 답변했다. (인수해선 안 될 회사를 인수한 적이) 처음은 아니지 않냐”(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수도 없이 많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이 그렇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지난 10월 22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과 이 회장이 주고받은 문답 내용이다.

이날 국감의 핵심은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50.75%)인 산업은행의 수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해선 안 될 회사’로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주인이자 앞으로 대우건설의 가치를 올려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매각 주체이기도 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발언이 최근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1조원대로 알려진 성남 은행주공 아파트단지 재건축의 시공사가 선정됐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움이 대우건설을 누르고 승리했다.

1조원대 성남 은행주공 아파트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경쟁사, 이동걸 산은 회장 발언 이용해 수주전 승리 

이 과정에서 GS·현대산업 컨소시움 측이 이 회장의 발언내용을 수주전에 활용, 시공사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우건설의 수주전 패배를 놓고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지난 국감에서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일부 조합원들이 “대우건설을 못 믿겠다”며 불신했다. 이 점이 각종 여론전에서 대우건설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패배를 안겨줬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이 회장의 발언이 수주 실패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대우건설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국회에서 여야의원들의 공세에 밀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나머지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번 수주전에서 라이벌 업체가 이 발언을 역이용해 수주전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가치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펴왔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은 2~3년 재정비하고 정상화시키면 남북경협 이슈도 있고 시장이 좋아지면 가치가 2배 정도 뛸 가능성이 있다”며 “서둘러 팔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6월 김형 대우건설 사장을 선임 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2~3년 후 매각’을 천명했다. 대우건설도 김형 사장을 필두로 잇단 해외사업 부실로 인해 떨어진 수익성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분위기다.

"이동걸 산은 회장 발언, 최종 책임자가 자신의 책임 도외시한 채 대우건설 자구 노력에 찬물 확 끼얹었다" 

이런 와중에 이동걸 회장의 발언은 최종 책임자가 자신의 책임은 도외시한 채 대우건설의 자구 노력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대우건설 사장을 공개 모집하기에 앞서 이동걸 회장이 몇몇 기자들에게 한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다.

“(대우건설 사람들은) 전부 남의 일 얘기하듯 하고, 전부 남탓만 하더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영업은 안 하고 정치만 한다고 하던데, 그 정치력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회장은 "(대우건설은) 2~3년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쇄신을 한 뒤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판관 포청천'같은 사람이 와야 하는데, 건설업과 대우건설을 잘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실패 후 전무들과 개별 면담을 하면서 실망감이 컸다고 강조했다. 새 대우건설 사장에 굳이 조직을 쇄신할 '판관 포청천'같은 사람을 언급한 것은 이 회장이 그만큼 대우건설 조직관리와 경영을 매우 부패하고 정치적이며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시각을 대변한다.

이동걸 산은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대우건설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 (사진=성남 은행주공 조합원 제공)

이동걸 회장의 국감 발언, 대우건설의 역사-전통 순식간에 짓밟아...조직원들의 자존심도 구겨질대로 구겨져

대우건설이 어떤 회사인가. 대우건설은 2008년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제치고 토건 시평 1위를 차지했다. 공사실적평가액과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에서는 각각 3위, 2위, 3위에 머물렀지만 경영평가액에서 3조9914억원을 기록해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시평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영광은 그뿐이었다. 당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체제에 있었다. 2009년부터 경영 악화가 시작됐다. 2010년에는 별도 당기순손실이 7490억원에 이르렀다. 이듬해 산업은행으로 주인이 바뀐다. 3년 연속 추락하면서 2011년에 6위로 최근 10년 내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그 후 대우건설은 단 한 번도 정상 자리를 밟아보지 못했다. 3위에 올라 순위 상승을 기대하다가도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작년에도 3위에 올랐지만, 올해 경쟁사 대림산업에게 역전을 허용하면서 4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대우건설 사람들의 프라이드는 여전한다. 1970~1980년대 개발경제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대우건설이 얼마나 대단한 건설회사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동걸 회장의 국감 발언은 이런 대우건설의 역사와 전통을 순식간에 짓밟았다. 조직원들의 자존심도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산은 회장의 발언은 경솔한 국감 발언 한마디로 1조원 수주가 날아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직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하더니 ‘인수해선 안 될 회사’라고 답변하는 모습을 보니 이동걸 회장은 도무지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인이 나서서 ‘인수해선 안 되는 기업’ 낙인...국내외 시장에 나쁜 신호 주고 대우건설 매각에 악영향 미칠 듯

공인의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이동걸 회장은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답변을 국감에서 하고 말았다. 비록 부실이지만 대우건설을 정상화 시켜서 비싸게 팔아서라도 국민의 혈세를 메워야 할 산업은행이 오히려 실적을 깎아 먹은 꼴이다.

나아가 그의 발언이 단순히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있을 대우건설 매각에 악영향을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인이 나서서 ‘인수해선 안 되는 기업’이라고 낙인을 찍는 바람에 국내외 시장의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서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주려고 하겠는가.

지난 해 9월 이동걸 산은 회장 내정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경제, 금융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왔고, 금융감독위 부위원장 등을 지내며 거시적인 안목, 리더십 등을 고루 갖춰 산은의 당면 과제인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할 적임자라고 본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런 훌륭한 경력의 소유자로 발표된 이동걸 회장이 상식 밖 국감 답변에 이어 그의 말 한마디로 대우건설 ‘1조원 꿈’이 깨지고 말았다. 이야 말로 기사회생을 노리던 대우건설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다. 불황기에 대형일감 수주로 반전을 꾀하려고 한 대우건설로서는 일장춘몽이 되고 만 셈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시점은 8년 가까이 지난 2011년이다. 지금에 와서 인수의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한참 지났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고,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지도 1년 3개월이 흘렀다. 언제까지 ‘적폐청산’만 하고, 어느 세월까지 ‘전임자 타령’만 하고 지낼 것이지 이 회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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