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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빨리 만들라고 압박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자리는 빨리 만들라고 압박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 류동길
  • 승인 2018.10.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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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뉴스 류동길 칼럼] 일자리 만들기는 통계숫자 풀이가 아니다. 빨리 만들라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 일자리다. 일자리를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서두르다가 일자리정책은 헛발질을 했고 고용참사가 나타난 것이다. 고용통계숫자가 발표될 때마다 충격을 받지만 그런 충격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노력은 눈물겹다. 청와대에 일자리상황판을 만들고 일자리위원회와 일자리 수석이 뛰고 있다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정부의 절박함을 모르지 않지만 방법이 틀렸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다.

일자리는 기업 활동에서 창출된다는 단순하고 분명한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게 잘못의 출발이었다. 임금을 올리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발전 밖에 없는데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고 경직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일자리 만드는 기업의 힘을 앗아갔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기업은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속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일감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기업이나 일손이 모자라는 기업의 사정을 살피지 않았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까 정부가 나섰다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면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이고 그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다. 최근 공공기관에다 단기 일자리를 급히 만들라고 압박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약 3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단기 임시직이거나 인턴 또는 알바에 불과하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 해도 그건 제대로 된 대책일 수 없다. 그런 일자리 만들기는 고용통계 수치를 개선하려는 꼼수이거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원칙을 지키라는 뜻이다. 청와대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의무’라고 하지만 진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투자를 부추기고 노동시장을 혁신하며 규제를 혁파하는 정책수립과 집행이다. 기업을 뛰지 못하게 해놓고 정부가 나서겠다는 것은 선수가 골을 넣지 못하니까 심판이 골을 넣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자리를 늘리고 싶어도 "한국에선 공장 짓기 어렵다“는 기업의 호소는 정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경직적 노동시장과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태는 한국경제와 일자리문제의 최대 걸림돌이다. 노동을 존중하는 것과 무소불위의 위력을 휘두르는 노조를 다스리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닌가.

노조와 규제에 막혀 투자를 하지 못했거나 지연된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 한 번 검토해보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을 부추겨 투자가 늘어나야 성장도 고용창출도 가능해진다. 이런 단순한 이치를 왜 모른다는 것인가.


최근에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공항공사의 ‘고용세습’과 친·인척 채용비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 원인은 기득권 노조의 거센 입김과 합리화와 거리가 먼 공공기관의 난맥 경영에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한 문대통령의 취임사와 크게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세계경제가 좋은 올해 한국경제는 세계 흐름을 타지 못하고 심한 몸살을 앓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낮췄다. 내년의 세계경제는 밝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또 어떻게 버틸 것인가. 이제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돌릴 때다. 경제정책은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것도 오기로 버티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막으면서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모순적 정책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기업을 뛰게 하는 모든 정책을 동원하라.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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