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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온고지신(溫故知新)'...가치는 지혜서, 지혜는 경험서 나온다
절실한 '온고지신(溫故知新)'...가치는 지혜서, 지혜는 경험서 나온다
  • 권의종
  • 승인 2018.10.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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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각종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난무...옛것을 익혀 그것으로 새것을 개발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고령 운전자가 늘고 있다. 전국 택시 운수종사자 26만 8434명 중 65세 이상의 운전자가 7만2565명이다. 전체의 27%다. 그 중 70~79세는 2만6151명, 80~89세는 533명이라는 통계다. 사업용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89.3%가 50대 이상이다. 시각, 주의력, 기억력 등 7개 항목을 평가하는 ‘자격유지검사’를 통과해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고, 나이 들수록 조심성이 커져 운행에 지장이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래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걸까.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아서 애슈킨(Arthur Ashkin) 박사는 1922년생이다. 만 96세다. 노벨상 전 분야를 통틀어 역대 최고령자 기록이다. 신문에 난 사진만 봐도 정정한 모습이다. “내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수상은 생각조차 못했다”는 소감이다. “최신 논문을 써야하기 때문에 인터뷰 시간이 많지 않다”는 답변까지 덧붙인다. 연구하느라 여전히 바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곳으로부터 초청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수많은 초청자들이 듣고자 하는 바는 무얼까? 옛 지식은 정녕 아닐 테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도 더더욱 아닐 듯하다. 그의 발명 업적 이후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서 상당한 학문적 진전이 있었을 터라, 최신 정보는 요즘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추측컨대 그 같이 훌륭한 성과를 어떻게 거둘 수 있었는지, 그 과정과 지혜를 배우고 싶어서일 것이다.

단편적인 지식은 인터넷 공간에만도 차고 넘친다. 검색어만 잘 선택하면 웬만한 정보는 실시간 검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등은 이 정도의 지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족탈불급이다. 아이디어 개발에서 사업화 실행까지 수없는 장애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정작 긴요한 것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라 할 수 있다.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결합하고 융합하는 지혜가 핵심 관건이 된다.

첨단의 지혜는 오랜 기간의 지식과 경험의 산물...경험 많고 나이 지긋한 노년 세대서 나와

지혜는 오랜 기간의 지식과 경험의 결과물로서, 주로 경험 많고 나이 지긋한 노년 세대로부터 나온다. 변화무쌍한 순간순간의 상황을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노령 운전자의 일상처럼,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는 경영 활동에서도 경험과 지혜는 성과와 성공의 요체로 작용할 수 있다. 

지혜의 중요성과 당위성은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실감이 더한다. 국내 기업에서 연구개발을 성공리에 마치고 사업을 개시했을 때 일어난 실제 스토리다. 세계 최초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성능만큼은 감히 당대 최고라 자부할 수 있었다. 공장을 짓고 생산을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돌발했다. 양품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원료를 고급으로 바꿔도 보고, 설비나 공정도 일일이 짚어가며 조정도 해보았다. 매번 허사였다. 불량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신제품이라 어디다 대고 물어볼 곳도 없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쟁사 사람이라도 포섭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정도였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업계에서 오래 전에 은퇴한 선배 한분을 초빙했다.

역시 미덥지 못했다. 그 분이 아는 지식, 경험, 노하우는 옛날 것뿐이었다. 질문을 해도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 문제라면 배합비를 다시 살펴보라’거나, ‘냉각수 쪽을 점검하라’는 식의 애매한 얘기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왜 그 쪽을 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나 설명조차 없었다. 마지못해 지적한 곳을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온갖 경험을 다해서인지 디테일은 약했지만 방향 감각은 탁월했다. 지혜의 놀라운 결과였다. 

노년세대 지혜활용은 성공경영 요체...나이 든 이유 만으로 중장년층 값진 지혜 말살 안 돼

작금의 스피드 경쟁 환경에서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이 가치를 발할 수 있다. 지당한 말씀이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정도로 시간과 예산과 인력이 충분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와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속도를 낸다고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지름길을 발견하면 속도를 내지 않고도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이치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차량 운행에서는 내비게이션이 그런 역할을 한다. 기업 경영에서는 안타깝게도 그 같은 기능을 수행할만한 문명의 이기가 미개발된 상태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될 경우 가능한 일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꿈에 불과하다. 제대로 비전 설정과 상품 전략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선험자의 지혜를 빌리는 것만큼 유용한 도구도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제품이나 기술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지식수준이 첨단화되었다고 옛 지혜의 활용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지금은 보편화된 제품이나 기술도 개발 당시에는 첨단의 신기술, 신제품이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과제를 추진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에 관한 숨겨진 지혜를 찾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는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소개되지 않은 현장 비책 중의 하나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조조정으로 내몰아 중장년층의 값진 지혜를 말살하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 거대한 사회적 손실이자 조직을 망치는 자해행위나 진배없다. 탈(脫)원전,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최장 근로시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큰 이슈들을 접할 때마다 원로들의 지혜가 때늦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공자 말씀이 새삼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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