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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 시대, 직업윤리 절실하다
첨단의료 시대, 직업윤리 절실하다
  • 장태평
  • 승인 2018.10.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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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최근 우리 사회는 놀랍게 변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디지털기술 등이 모든 분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첨단 기술들 덕분에 모든 분야의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기계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앞으로는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하는 자동화 시대로 진화된다고 한다. 자율자동차의 예와 같다.

예전에는 병원 응급실에 가면, 의사들이 우선 환자에게 어떻게 아픈지 물어 보고, 청진기를 여기저기 대면서 아픈 부위와 정도를 진단했다. 말하자면 아날로그 방식이다. 그리고 필요한 핵심 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의사들의 실력이 필요하고, 친절성이 요구되었다. 요즈음엔 병원 응급실에 가면, 우선 기본적인 검사들을 받아야 한다. 혈압, 체온 등 기본검사, 혈액검사, X-RAY 촬영 등은 당연하다. 그리고 대개 MRI 및 CT 촬영 등도 추가된다. 의사는 이런 자료의 결과를 보고 진료를 한다. 따라서 빅 데이터를 모으는 식으로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검사는 모두 처방한다. 상당부분이 절차상 표준화되어 있고, 여기에 의사의 판단은 최소화 된다. 특히 고액 검사는 병원 수지와도 관련이 있어서 우리나라는 지금 다소 과잉상태이다.

첨단검사일수록 시설들이 알아서 자동으로 처리한다. 만일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음 단계의 정밀검사들을 추가로 받게 된다. 그 원인을 의사들이 전문성을 통해 점검한 후 핵심 검사를 해도 되련만, 대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계적이다. 그렇다면 응급실의 의사는 첨단기계를 잘 다루고 검사를 착실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술자 소양만 갖추면 충분할 것 같다. 앞으로 의사는 자료를 수집하고, 진단은 시스템이 하게 될 것이다. 벌써 의료 인공지능(AI) 프로그램들이 의사의 진단수준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료도 시스템이 담당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의사의 고도한 전문성이 개입할 자리는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표준화된 절차는 실제 상황에서 어긋날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이 식중독으로 심한 복통이 있어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정해진 검사절차를 다 밟은 후에야 치료가 가능했다. 바로 진료해도 되는 경우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 표준절차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비용을 더 부담하게 한다. 진료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사가 치료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닐까. 가능한 한 진료범위를 좁히고,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아픈 원인을 더 빨리 더 정확히 찾아내어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고, 의료비용도 줄일 수 있고, 환자도 더 편할 수 있다. 그런데 진료 받기 위해서는 누구나 표준화된 절차를 밟도록 강제된다. 이에 따라 필요 이상의 검사도 하게 되는데, 이는 환자에게나 사회 전체에 더 많은 비용을 전가하게 한다. 병원의 입장에서도 인적 물적 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여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의료표준화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 표준절차를 다 지켰다 하더라도 진료가 잘못되면 그것은 의사의 책임이다. 정해진 표준대로 했다고 해서 의사로서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의사는 로봇이 아니다. 의사가 최종판단자이고, 책임자이다. 내부 기준이나 표준화된 절차가 있다고 해도 의사가 판단해서 불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생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체질이 다 다르고,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 다르다. 환자는 단순한 연구의 대상이나 상업화의 고객이 아니다. 의술은 생명 존중과 인간 존엄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의사의 윤리는 모든 시설과 표준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그것이 의사의 직업윤리다.

이 시대의 직업윤리가 어찌 의료분야에만 중요하겠는가. 첨단화 되어가는 모든 분야에서 ‘사람’이 왜소화 되면 안 된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첨단 시설과 멋진 외양 속에 사람의 역할이 축소된다고 느끼면서, 직업윤리 의식도 함께 상실되고 있다. 시스템이 아무리 좋다 해도, 시스템은 선을 행할 수도 있고 악을 행할 수도 있다. 표준과 형식은 수단이다. 형식과 절차가 더욱 빛을 발하려면, 그 속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윤리가 더욱 중시 되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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