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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결정, 한은에만 미룰 일 아니다
기준금리 결정, 한은에만 미룰 일 아니다
  • 권의종
  • 승인 2018.10.0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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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금융·산업정책 수단을 적절히 배합하는 정책 조합(policy mix)과 적기 실행이 관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만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2∼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묶여 있는 연 1.5%의 한국은행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07년 7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국내 시장 금리는 이미 미국 금리 인상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 중반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연 5% 돌파도 시간문제다.

한국은행의 선택에 온통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국내 금리도 뒤따라 올릴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리인상의 결정은 통화당국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소관 사항인지라 한은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금리 결정을 한은에만 미루기에는 당면한 경제 여건이 양호치 못하다. 금리결정 과정에서 경기나 가계부채 등 고려할 사항들이 한둘이 아니다.

성장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에서 2.9%로 떨어졌다. 2.8%로 더 낮출 거라는 예상이다. 성장률이 역주행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게 되면 경기 회복에는 찬물이다. 민간 소비가 줄고, 기업 매출이 감소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구의 연 이자가 평균 94만원 증가한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산이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을 빠져나갈 우려도 여전하다.

이런 와중에서 금리 차이 확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저마다 입장차가 극명하다. 한국은행은 이번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일단은 낙관적인 전망이다.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증권자금은 86억 달러 넘게 순 유입되고, 경상수지는 77개월째 흑자이며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가 넘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美 금리 인상에 대한 상반된 진단... “영향 적다” vs “자본유출 우려 크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긍정적 견해다.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같은 충격은 제한적일 거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도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조금 더 경계심을 갖고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다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또한 지금은 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을 쓸 때가 아니라는 신중론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위험 요소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의 입장은 정반대다. 외국인 자본의 유출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미 금리역전은 외국인투자 중에서도 주식 및 채권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자본의 유출압력을 상승시킬 수 있고, 역전현상의 장기화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위험에 노출될 경우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0.25%P 커지면 국내 외국인 투자금 15조원(GDP 대비 0.9%)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다들 주장하는 바가 다르나, 속 시원한 해법으로 와 닿지 않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정작 더 큰 유감은 미국 발 금리 인상에 대한 대처 방식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치밀한 사전 대응이 아니라, 꼭 일이 터지고 난 뒤에 서두르는 사후 대처가 문제다. 매번 미국 발(發) 금리인상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부산을 떨곤 한다. 정부나 금융당국으로서도 금융시장 동향을 항시 주시하겠지만, 국민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래 전부터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대비가 충분치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대증 요법과 근본 치료 병행 바람직... 금리인상 견딜 강한 체질로 변모시켜야

저간의 사정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당장 급한 것은 미국 발(發) 금리인상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다. 정책의 방향과 콘텐츠, 시행의 타이밍이 중요 관건이다. 한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재정·금융·산업정책 수단을 망라, 적절히 배합하는 정책 조합(policy mix)과 적기 실행이 긴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로서는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요인이다. 잠시 등장했다 사라질 변수라기보다는 상당기간 부동의 상수(常數)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긴요한 이유다. 연준은 올해 말을 포함해 다음 해까지 총 네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2020년에도 한 차례 연이은 인상을 언급하며 2020년 기준금리 중간 값을 3.4%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충분한 외환보유액이나 수출 호조 등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없었다 해서 향후에도 그럴 거라는 예단은 절대 금물이다.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변동성 등 외부적 충격이 커질 경우 한국 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의 급격한 유출은 언제든 가시화될 수 있다. 신흥국 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진행 중이고, 국내 경기마저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의 확대 및 장기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자칫 방심이 근심을 부를 수 있다.

대증 요법과 더불어 근본 치료가 병행되는 게 마땅하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이 예상되는 금리인상 추세를 견딜 수 있는 강한 체질의 한국 경제로 변모시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막기 힘들 바에야 어차피 견딜 수 밖에 없고, 견디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방어는 남들과의 전쟁이지만 체력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만 잘하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게 자기하기 나름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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