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검찰이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내 이명희 씨, 딸 조현민 씨와 달리 조 회장은 상속세 탈루, 비자금 조성 등 혐의가 무거운데다 검찰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 회장에게 영장이 발부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구속되는 첫 재벌 총수가 된다.
앞서 아내와 두 딸도 구속 위기에 몰렸으나 불법 가사 도우미 고용, 물벼락 사건과 관련된 폭행 등 혐의가 비교적 가볍다는 법원과 검찰의 판단에 따라 인신구속은 면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사정 당국이 한진 총수 일가의 비리에 대해 수사에 나선 이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앞서 조 회장 아내 이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에서 반려됐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조 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잔고 합계가 10억 원을 넘는데도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상속세 포탈 부분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영장 범죄사실에 담지 않았다.
조 회장은 또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조 회장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게 하고,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때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에서도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2000년부터 인천 중구 인하대 병원 근처에 약사와 함께 '사무장 약국'을 열어 운영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을 지난달 28일 불러 15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남부지법에서 4∼5일 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