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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금융의 후진성...‘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금융의 후진성...‘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 권의종
  • 승인 2018.06.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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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협하는 고(苦)금리, 고(高)부채...대출 지원에는 ‘3적(適)’. 회수에는 ‘3정(定)’ 원칙 지켜져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한·미간 금리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외국인자금 이탈이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상승세를 이어온 코스피지수도 하락 반전했고, 외국인 매도 매물로 코스닥시장도 약세 국면이다.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다. 예금, 대출금 뿐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심상치 않다. 충격 흡수력이 약한 가계나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위협 요인이다. 커지는 부채 위험을 저지하고, 한·미간 금리 역전을 줄이기 위해 국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중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금리 인상을 훈수하고 나섰다.

한국은행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금리 인상의 고민이 커지는 눈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당면한 경제 현실이 힘들다. 5월 취업자 증가 폭이 7만2000명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고용 사정이 특히 심각하다. 내수 침체, 보호무역 분위기 등으로 향후 경제 전망도 밝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이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가계나 기업의 금융비용 가중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 지금 한은의 처지다.

금리 인상의 고통은 거대한 부채 규모에 기인하는 바 크다. 가계 빚은 15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8%나 늘었다. 가구당 평균 1억3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2013년 1000조원 돌파 이후 5년도 안 돼 1500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자영업자 대출 급증도 예사롭지 못하다, 은행권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300조원을 넘었다. 대출자의 절반 이상이 서민·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인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잔액도 52조 1천734억원에 이른다.

'금융지원=대출’? 정책금융은 대출이 사실상 전부..여신심사 및 상환방식, 대출기간도 허점

빛 많다고 다 나쁜 건 아니다. 경영에 필요한 필수 생산요소의 하나가 타인 자본이다. 오히려 남의 돈을 활용해야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영업수익으로 금융비용 이상을 커버할 정도의 채무상환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제학에서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지렛대처럼 이용,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은 권장 사항이다.

고(高)부채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대출을 정책금융 지원수단으로 널리 활용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금융지원=대출’의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정책금융은 대출이 사실상 전부다. 투자, 출연, 보조금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개인의 주택 구입, 전세 지원, 심지어 일자리 창출까지 대출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 지원은 이 보다 훨씬 더하다. 대출 비중이 압도적이다. 창업기업, 스타트업 등 수익 발생도 없는 초기 기업에도 어김없이 대출이다. 빚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

여신 심사 방식도 문제가 크다. 대출할 때 채무상환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실정이다. 정책자금 지원 시 지원 요건은 상세하나, 대출금 회수 방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혈세로 지원되는 정책금융을 언제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물론, 국회도 지원기관도 은행들도 다들 나몰라다. ‘공동책임 무책임’의 전형이다.

상환방식과 대출기간에도 허점이 숨어있다. 만기 일시상환의 1년짜리 대출 방식이 주종인 한국금융의 후진성이 문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대출기간 중에 이자만 내다보니 기업들도 부담이 적다. 외국처럼 장기 분할상환방식의 대출을 받아 원리금을 나눠 내다보면 만기에 대출금이 저절로 갚아지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업력이 오래될수록 사업이 커질수록 빚만 쌓여가는 퇴행적 구조다.

게다가 대출기간이 1년으로 짧다 보니 만기에 대출금 상환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1년 만에 원리금을 다 갚을 정도의 떼돈 버는 사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 만기에 가서 연장을 하든지 그게 안 되면 사업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나쁘게 말하면 1년 후에 못 갚을 줄 뻔히 알면서도 대출이 공급되고 있는 꼴이다.

‘부채 중독’ 현실.. 대출일변도 정부지원, 방식과 절차상 허점,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의 결과물

그러다보니 느는 건 빚이다. 빚이 늘면 중독에 이르기 쉽다. 빛 무서운 줄 모르게 된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고개를 든다. 정부 돈은 눈 먼 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못된 풍조까지 나타난다. 대출은 일단 끌어 쓰고 갚는 건 나중 일이다. 힘들어지면 회생이나 파산 신청을 하면 그만이라는 배짱까지 생긴다.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도 않고 다들 그렇게 하다 보니,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대출금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다. 거저 받는 공짜 돈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에 지원되는 무상의 복지서비스와 다르다.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재정지출과도 구별된다. 잘만 이용하면 약이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독이 되는 ‘양날의 칼’과 같다. 제때 못 갚으면 온갖 제재와 고통이 뒤따른다. 지원된 대출은 반드시 회수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어져야 하는 공공재의 속성이 있다.

과도한 부채 경감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어렵다고 체념할 일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일수록 근원적인 접근이 유효하다.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충실한 해결책이 긴요하다. 결국 대출은 적합한 채무자에게 적기에 적정액이 공급되는 ‘3적(適) 원칙’하에서 엄격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공급된 대출금은 정해진 시기에, 정확한 금액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어김없이 회수되는 ‘3정(定) 원칙’이 예외 없이 지켜지는 게 맞다. 한국 경제를 힘들게 하는 고(苦)금리, 고(高)부채 해결,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만한 처방이 없을 성 싶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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