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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영학 교수가 본 한국 프로야구의 앞날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영학 교수가 본 한국 프로야구의 앞날
  • 권의종
  • 승인 2018.05.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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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무시하는 시대착오적 행동 일쑤...엉망인 인적자원으로 성공 가능한 비즈니스 없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프로야구 선수들이 또 말썽이다. 성폭행 혐의로 수사 중이다. 두 명에 국한된 일이지만 팬들의 실망감이 작지 않다. 잊어버릴만하면 터지는 선수들의 음주, 도박, 성추행, 승부조작이 볼썽사납다. 으레 있을 수 있는 일로 넘기기에는 빈도가 잦고 정도가 심하다. 한국 프로야구 산업을 위기로 내모는 불씨가 될까 걱정된다. 내친 김에 심도 있는 성찰이 긴요해 보인다.

이미 관중이 줄고 있다. 올 들어 5월 18일까지 총 220경기에 2,508,815명이 입장해 경기당 평균 11,404명을 기록했다. 절대치 면에서 작은 수치가 아니다. 한국보다 인구수가 6.3배인 미국의 MLB(30,023)나 2.5배인 일본의 NPB(29,291명)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해 KBO 720경기 평균 관중수 11,667명에 비해서는 감소하는 추세다. 지금 수준을 유지해도 역대 3위에 그칠 거라는 예상이다.

경기 수준도 빈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투수력의 열세가 확연하다. 패스트볼 평균구속만 봐도 차이가 크다. KBO 투수의 경우 평균 구속이 141.3km(87.8마일)인데 비해 MLB 투수는 150.6km(93.6마일)에 이른다. KBO에는 90마일(144.8km) 이상 투수가 25명으로 전체 239명 중 10.5%에 불과하나, MLB에는 577명으로 전체 735명 중 78.5%나 된다. 타격이나 수비력 면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수준에 한 수 아래라는 진단이 주류다.

서구인에 비해 동양 선수들의 신체적 열세에 기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본 선수들처럼 이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일부 선수의 경우이지만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의 정도는 심각하다. 경기를 마치고 한 밤중에 숙소를 이탈하여 유흥업소를 출입하고 폭음, 폭행, 음주운전, 성범죄 등의 불미스런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잦다. 그런 몸으로 이튿날 경기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승부 조작에 가담해 팬들을 경악케 헸던 적도 있었다.

위기의 한국 프로야구..위계질서 취약하고 선수들 일탈, 빈도 잦고 정도도 심각

위계질서 또한 취약하다. 감독 등 지도자들의 명령에 불응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띤다. 감독의 지시에 불만을 품고 글러브나 장비를 내동댕이치는 무례함을 서슴지 않는다, 관중의 시선이나 매스컴의 중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기 중에 ‘흡연 타임’을 갖는 모습에도 외국 선수들은 경악한다. 미국 MLB 등에서는 담배가 심폐기능을 약화시켜 선수에게 큰 마이너스가 된다는 이유로 흡연을 철저히 금지한다. 실제로 감독이나 선수 중에 흡연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몸 관리가 철저하다.

팬들을 대하는 선수들의 태도도 빈약하다.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을 외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불만이 크다. 사인을 자주 해주다보면 희소성이 사라져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선수까지 있다는 풍문이다. 팬들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커녕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팬들이 선수들을 먹여 살리고 프로야구 산업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연예인은 물론 심지어 정치인까지도 팬 관리를 가장 신경 쓰는 현실 속에서 유독 야구 선수들만 예외적 존재로 보인다.

고객 무시는 선수 자신들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 산업을 망치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거대한 둑의 붕괴도 조그만 구멍에서 비롯되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 전체를 흐리는 법이다. 비즈니스는 고객에 의해 성립되고 주도된다는 사실은 현대 경영학의 불멸의 명제다. 고객이 없는 선수가 있을 수 없고 고객이 외면하는 프로야구가 존재할 리 없다.

야구의 열기가 높고 팬들의 인기가 클수록 선수들은 더욱 겸손해야 한다. 어쩌다 때를 잘 만나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에 10개나 되는 프로야구 구단 덕분에 프로선수의 문턱이 낮아진 현실을 행운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 팀 수가 일본 NPB의 12개, 미국 MLB의 30개 팀에 비해 너무 많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프로야구에 인력을 공급하는 고교 야구팀 수도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도 유리함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60여배나 많은 4000여개의 고교야구팀이 있다.

대만 프로야구 영화(榮華) 오래 못가..韓 프로야구도 '엄연한 비즈니스' 인식해야

같은 야구를 했어도 힘들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선배 세대에 비해 호조건임을 감사해야 한다. 또래 친구들이 낮은 급여로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는 것은 그들의 직무 가치가 ‘야구 공놀이’만 못해서가 아니다. 팀 내 동료들의 낮은 연봉도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가려진 기회에 기인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점을 선수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유리하게 주어진 기회를 은혜로 알고 최선의 노력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진정 프로다운 모습이다.

산업에도 수명주기(PLC: product life cycle)가 있다.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라는 생노병사의 사이클을 거치게 마련이다. 간단없는 개선과 혁신 없이는 쇠락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 호황 때 불황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호황기 한국 프로야구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당장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주도적 역할을 선수들이 맡아야 한다.

덧없는 게 인기다.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져 저장이 불가능하다. 아침 안개처럼 금세 사라지는 속성이 있다. 프로야구의 인기도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1990년 출범한 대만 프로야구가 그랬다. 한때는 CPBL 구단수가 7개까지 느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그 영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1997년에 터진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일순 내리막길로 향했다. 4개 구단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그들의 초라한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엉망인 인적자원으로 성공 가능한 비즈니스는 없다. 한국 프로야구 역시 엄연한 비즈니스이며, 비즈니스는 ‘사람’이 전부임을 항시 유념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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