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신보와 산인공의 '화려한 변신'-스타트업의 학습 선언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신보와 산인공의 '화려한 변신'-스타트업의 학습 선언
  • 권의종
  • 승인 2018.05.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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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 중요.. 지식·경험 주고받는 따뜻한 관계로 경쟁력 만들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얼마 전까지 만해도 서울 마포에는 두 개의 공기업이 있었다. 중소기업에 금융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과 산업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산업인력관리공단이 공덕동 로터리를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2014년 정부의 공공기관이전계획에 따라 신보는 대구광역시로, 산인공은 울산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했다.

황량할 것으로 여겨졌던 두 공기업 본사의 자리는 화려한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산인공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서울창업허브가 들어섰다. 옛 신보 본사의 건물에는 '청년혁신타운'이 조성되어 300여개 기업의 요람이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나 서울시가 주도하는 사업치고는 제법 실사구시의 면면이 돋보인다.

2015년 업무를 시작한 서울창업허브의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업무내용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시나브로 늘고 있다.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창업초기 기업, 사업실패 후 재기를 도모하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시설수준도 그만하면  우수하다는 평가다. 넓은 부지에 자리해 주차장도 널찍하고 경관도 수려한 편이다.

건물 내부도 잘 꾸며져 있다. 로비를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인파에 놀라게 된다. 회의실, 세미나실, 대기실, 강의실을 꽉 메운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심신이 고단했던지 벽에 기대 단잠을 즐기는 청년들도 눈에 띈다. 왠지 측은해 보이지만 이 또한 자연스럽고 정겹게 느껴진다. 언뜻 보아도 창업인 들의 갈급한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마포 공덕동의 새로운 변화.. 공기업 옛 본사 터에 움트는 ‘청년의 꿈’, ‘창업의 요람’

창업을 꿈꾸다보면 모르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궁금한 점도 한 둘이 아니다. 혼자 해결이 어려운 고민을 상의하려해도 방법을 모른다. 어디로 누굴 찾아가 물어보고 배워야 할지 알 길이 없다. 사업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자금조달은 어디서 하며, 제조와 판매는 무슨 방법이 효율적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업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다. 이런 창업자들이 소문을 듣고 물어물어 창업허브를 찾는다. 올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돌아갈 때는 그래도 힘을 얻는다.

창업에 관련된 강의도 들을 수 있고, 행정절차와 실무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연구 자료나 지원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멘토링 서비스다. 창업과 경영에 관련된 제반 궁금증을 풀고 모르는 점을 묻고 배울 수 있는 ‘스승’을 만날 수 있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처방을 통해 해답을 얻기도 하지만 상담과 토론 과정에서 스스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가슴 뿌듯하고 자신감도 붙는다.

스승은 학생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정작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의 하나가 기업 경영자일 수 있다. 스승의 사전 뜻풀이는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경영자에게는 ‘가르친다’는 뜻 못지않게 ‘인도하다’라는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상담자, 멘토, 자문역, 교수, 강사, 선생, 은사 등 명칭과 어감은 다르지만 가르치고 인도하는 이들은 모두가 스승이다.

기업 경영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공부하고 배운 바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경영의 구조라 할 수 있다. 경영자 혼자 연구하고 공부하여 터득하는 일도 많지만, 선(先) 경험자나 앞선 지식을 찾아 주변 사람은 물론 해외까지 가서 배워야 하는 게 경영자의 미션이다. 기업 내 구성원들의 업무처리도 학습과 교육에 기초하는바 크다. 요즘처럼 융복합적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분야가 전혀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배워야 한다.

기업 경영은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중에 경험과 전문성이 쌓인다. 가르치며 배우고 배워서 더 잘 가르치는 선순환의 유익을 거둘 수 있다. 진단이나 처방도 한층 실제적이고 구체화되기 마련이다. 창업지원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정부로서도 전문가들을 많이 확보해 원하는 기업들과 매칭 시키는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해진다.

분야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이 처방되는 이른바 ‘기업 주치의(主治醫)’적 기능이 요긴하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상담의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스승은 현직이나 제도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학, 연구소, 대기업, 전문기관 등의 퇴직자 그룹에도 인적자원이 즐비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이를 꿰어야 보배가 된다.

앞선 기업들은 퇴직 교수나 대기업 출신자 등 고급 인력을 영입, 경영자문이나 연구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내부 직원들의 역량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경쟁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거나 인력부족 등으로 못하는 과제를 실행할 수 있다. 공정 개선, 제품 개발, 사업 다각화, 시장 개척 등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 일이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기업은 많지 않다. 확실치도 않은 일에 당장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 선뜻 나서지 못한다. 목표수립과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계획(plan)에는 능하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을 정의하는 기획(planning)에는 약한 게 문제다. 경영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고, 알아야만 올바르게 경영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중시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식과 경험을 주고받는 따뜻한 관계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데 기업들이 그걸 잘 모른다. 공자는 논어의 첫 대목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학습의 선언으로 시작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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