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구본무(73) LG그룹 회장의 건강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구 회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45년생인 구 회장은 작년 4월 뇌종양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은 뒤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최근 상태가 나빠져 다시 입원했다.
한 재계 소식통은 17일 “구 회장이 지난해 두 차례 수술 후 올해 초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며 최근 후유증으로 다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구본무 회장의 건강 악화설은 2년 전에도 있었다. 2016년 6월 한 제보자는 “구본무 회장의 집에서 구급차가 환자를 실고 나간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저녁 7시경 구 회장 집에 구급차가 도착했으며 몇 분 후 환자를 싣고 급히 떠났다. 구급차 뒤로 구 회장집에서 나온 승용차가 뒤따라갔다”고 말했다.

이후 구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구 회장은 현재 '코마(의식불명)'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LG가 3세로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LG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1995년 아버지인 구자경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20년 넘게 LG그룹을 이끌었다. 지난 해 부터는 구본준 부회장이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대신해 오며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날 서울대 병원에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 회장의 며느리이자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아내인 정효정씨 등 직계가족을 중심으로 친인척들의 병문안이 잇따랐다. 구 회장이 입원한 12층 특실은 허가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도록 보안이 강화돼 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의 상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아무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병원 측도 환자의 개인 정보인 만큼 공개를 꺼리고 있다.
구 회장의 마지막 공식 활동은 작년 9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LG사이언스파크 공사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당시 구 회장은 “연구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춰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열린 LG사이언스파크 오픈행사에 정작 구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고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만 참석했다.
한편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상무)이 LG그룹 지주사인 ㈜LG의 등기이사에 내정됐다. 구 회장의 와병에 따른 이사회 공백을 메우고, 4세 경영을 위한 승계 구도를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구 상무는 법률상으로는 구 회장의 장남이고, 친부는 구 회장의 동생 구본능(69) 희성전자 회장이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본무 회장은 2004년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은 이에 따라‘포스트 구본무 체제’로의 시스템 전환이 예상된다. 구광모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조성진 LG전자 부회장▶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주요 사업을 이끌고 있는 6명의 전문 경영인들이 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예상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그룹에 변화가 있겠지만, 그간 전문 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체제가 잘 작동해왔기 때문에 사업적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